비타민·유산균 등 건강기능식품이 최근 다이소·편의점에 진출하며 공격적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다이소는 올 초 200개 매장에 한정해 건기식을 판매했지만 최근 점포를 700여 개로 확대했다. 전국 다이소 점포가 1576곳임을 감안할 때 2곳 중 1곳이 건기식을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짧은 시간에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요인은 '가성비'다. 3000원으로 간편하게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다. 하지만 이러한 초저가 경쟁은 ‘K건기식’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가격 출혈 경쟁이 지속되다 보니 경쟁력있는 건기식 원료 개발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은 매년 외형은 커지고 있지만 내부 경쟁력은 점점 잃어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건기식 수출액은 3802억 원, 수입액은 1조 4417억 원으로 수입이 수출의 4배에 달한다. 1조 615억 원의 막대한 무역적자를 기록한 이유는 저가 수입 원료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건기식 원료 수입액은 8170억 원으로 전체 건기식 관련 수입액의 60%에 육박했다. 올 들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올 7월까지 건기식 원료 수입액은 5750억 원으로 벌써 전체 수입액의 64%에 달했다. 반면 건기식 R&D 비용은 2021년 3567억 원에서 2023년 3094억 원으로 13% 줄었다.
국내 업체들은 건기식의 '기능'을 높이기 보다 단기간 매출을 내는데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원료 개발부터 제품 생산까지 자체적으로 가능한 기업은 쎌바이오텍(049960), 일동제약(249420)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 해외에서 값싼 원료를 수입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에 맡기는 식으로 건기식을 생산하고 있다. 오죽하면 “건기식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OEM 회사만 미소짓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 원료에 기반해 건기식 산업의 외형은 커졌지만 원료 단계에서의 부가 가치는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며 “K건기식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국내 작물 또는 우수한 미생물 자원을 기반으로 한 기능성 원료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덩치가 커진 건기식 시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려면 차별화된 기술력과 원료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건기식 트렌드는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등 건기식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에서는 건기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의약품 수준의 프리미엄 유산균인 '메디컬 그레이드 프로바이오틱스'가 등장했을 정도다. 당장 눈 앞의 외형성장에만 골몰하면 K건기식의 미래는 없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