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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알바에 가려진 통계 착시…기업 일자리 창출능력 다시 따진다

■ 한은 '순 민간 고용지표' 개발

고용 상당수 단기·고령층에 집중

순환적 경기변동요인 파악 쉽잖아

月고용지표 만들어 경기진단 강화

가계서베이 한계넘을 필터링 필요





한국은행이 민간 고용과 공공 고용을 분리해 파악하려는 것은 그간 국내 노동시장 내에서 숨겨져 있던 순환적 경기변동 요인을 명확히 드러내기 위한 조치다. 최근 정부 재정 주도의 일자리 증가로 전체 고용지표는 안정된 모습이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가 단기적이고 고령층에 집중돼 있어 민간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오히려 둔화되고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통화정책 판단에 있어 경기변동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취업자 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24만 5000명 늘어 13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경제활동인구도 사상 처음 30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증가분 대부분이 공공 부문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23만 3000명, 공공 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에서 3만 2000명이 늘어난 반면 제조업 취업자는 6만 7000명 줄었다.

고령층 쏠림 현상도 뚜렷하다. 같은 달 55~79세 경제활동인구는 1001만 명으로 전체의 60.9%를 차지하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정부 추정에 따르면 직접 일자리의 8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 일자리로 이러한 확대를 고용의 질적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의 민간 고용 순증 파악 작업은 주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과 공공 행정 분야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최근 인공지능(AI), 정보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청년층 대상 직접 일자리를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특정 업종에 국한된 상황이다. 특히 이 중에는 민간 고용이 혼재돼 있어 정확한 선별이 필요하다. 한은은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해당 업종 중 정부 직접 일자리를 걸러내 그 결과를 8월 경제전망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연령, 업종, 고용 기간을 기준으로 공공일자리 규모를 추정하고 과거 정부 발표 실적과 비교해 정확도를 검증할 계획이다.

다만 경제활동인구 조사는 사업체가 아닌 가계를 대상으로 하는 서베이 방식이어서 한은의 새로운 작업에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고령층이 단기 정부 일자리에 참여하더라도 스스로 ‘취업자’라고 응답하면 민간 고용으로 잡히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민간 고용 자료와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를 통해 민간 일자리를 파악한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활동인구 조사가 사업체 기반 통계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 일자리가 민간 고용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교한 필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 직접 일자리 실적 발표는 최대 1년 반 이상 시차를 두고 이뤄지며 전국 250여 개 지방자치단체가 개별적으로 일자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전체 규모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올해 실적조차 2027년 초에야 공개될 예정이다.

한은의 최종 목표는 월 단위 민간 고용 흐름을 보여주는 속보성 지표를 마련해 매년 네 차례(2·5·8·11월) 공개되는 경제전망에 반영하는 것이다. 고령자 재정 일자리 중심의 증가분을 걸러내면 기업의 순수 일자리 창출 능력을 보다 명확히 평가할 수 있다.

비슷한 문제는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실업률만 보면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황이지만 민간 부문 고용 둔화가 공공 부문 고용 급증에 가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은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처럼 ‘최대 고용’을 법적 책무로 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공 고용이 민간 고용 둔화를 가리는 상황에서는 경기 판단이 과대평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완 지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올해 5월 경제전망에서는 ‘거미줄 차트’를 도입했다. 거미줄 차트는 미국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에서 활용하는데 △고용의 양 △고용의 질 △취약 계층 △노동시장 슬랙(slack·유휴 인력) △노동이동 △임금으로 분류해 작성한다. 당시 전망에서 한은은 “실직률이 일부 개선된 것은 지난해 4분기 중 예상보다 빨리 종료됐던 정부 직접 일자리 사업이 올해 초 재개된 데 기인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 입장에서는 통화정책을 제대로 하려면 경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실제 경기 요인에 따른 민간 일자리 수준을 별도로 살펴보는 것이 정책 결정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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