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미국의 50% 철강 관세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도 전에 산업재해 리스크에 마주하며 장인화 회장의 위기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포스코그룹은 주요 계열사에 격주 4일 근무를 중단하고 저녁 회식을 자제하라는 비상조치를 내렸지만 안전 관리 소홀과 관련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발등에 불 떨어진 포스코…근무기강 확립 나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는 부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e메일을 통해 주4.5일제 근무 체제에서 주5일 근무로 한시적으로 회귀할 것을 공식 권고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부터 평일 근무시간을 확대·조정해 격주로 금요일마다 직원들이 쉴 수 있는 근무 체제를 유지해왔으나 이를 중단한 것이다.
이와 함께 포스코그룹과 계열사들은 임직원들의 저녁 시간대 사내 회식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아울러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골프를 삼가자는 움직임이 계열사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는 맞으나 회사 차원의 조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광양제철소를 찾아 김성호 포스코노동조합 위원장과 1시간 동안 면담했다. 장 회장과 김 위원장은 이달 1일 출범한 ‘안전특별진단 태스크포스팀(TFT)’에 노조가 권한을 가지고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포스코노조는 사업장 내 안전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조가 주체가 되는 혁신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은 올해 잇따른 중대재해 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정 사장은 5일 입장문을 통해 “사고가 반복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가 임직원들의 기강 다지기에 나선 것은 장 회장 직속 TFT를 출범한 지 3일 만에 추가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포스코홀딩스의 건설 자회사인 포스코이앤씨에서 4일 오후 1시쯤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 고속도로 연장 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의 30대 남성 근로자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고 의식불명에 빠졌다.
문제는 잇따른 산업 현장 사망 사고에 정 사장이 사과하고 전체 현장에 대해 무기한 작업 중지를 선언한 뒤 엿새 만에 작업을 재개했는데, 바로 사고가 재발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즉시 작업 중지 조치를 하고 사고 원인 및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포스코이앤씨 공사 현장에서는 올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 사고를 시작으로 4월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 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 사고, 7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기계 끼임 사고 등이 발생해 근로자 4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대통령실 “李 휴가 끝나고 대응 있을 것” 엄포
일각에서는 포스코그룹의 조치들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은 강력한 경고를 전했다.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를 겨냥해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것은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대통령실은 4일 발생한 사고 관련해서도 “대통령의 휴가가 끝나고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인명 사고가 조업 개시 이후 발생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충분히 동일 사업장의 반복되는 사고 유형에 대해 여러 번 경고와 채찍을 보낸 바 있다”고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안전 관련 내부 시스템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지난해 11월 포항제철소에서 똑같은 유형의 화재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0일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직원 1명이 부상을 입고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하지만 2주 만에 똑같은 공장에서 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포스코는 신임 대표이사로 이희근 설비강건화TF팀장을 임명하며 안전 및 설비 강건화를 추진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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