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이 뒷걸음질쳤다. 비야디(BYD)와 지리 등 중국 전기차의 급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오너리스크’까지 겹친 영향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차를 연달아 내놓으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6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해 동기 대비 13.2% 감소한 약 72만 1000대의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판매하며 글로벌 완성차 기업 중 3위를 기록했다. 모델S와 모델X 등 고가모델의 판매 감소는 물론 주력 모델인 모델3와 모델Y까지 판매량이 하락하면서 지난해 11.6%였던 점유율이 7.6%까지 쪼그라들었다. 지역별로는 유럽 시장에서 28.0%, 북미에서는 12.0% 하락세를 보였다.
테슬라의 실적 후진 배경에는 중국산 전기차의 고성장세가 자리하고 있다. BYD는 올해 상반기 지난해 대비 32.4% 증가한 199만 8000여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인지도를 끌어올린 결과라고 본다. 상용차와 초소형차 등으로 세그먼트를 확장하며 경쟁력을 강화한 것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중국의 지리 그룹도 71.3% 늘어난 96만여 대를 판매하며 압도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최근 소형차 모델인 ‘스타위시’가 흥행하며 라인업 확대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인 지커와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한 ‘링크앤코’ 등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해외 수출 확대에 성공했다.
최고경영자인 머스크의 정치 행보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머스크는 반유대인주의적 발언을 하거나 백인 우월주의적인 글에 동조하는 등 극단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축하 행사에서 나치 경례와 유사한 제스처를 취하는 등 논란도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반감을 일으키기도 했다.
반면 국내 수입차 시장은 딴판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국내에서 7357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174% 급증한 것으로, BMW·벤츠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올해 국내에 출시한 신형 모델Y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지난해 동기 대비 9% 증가한 29만 5000대의 전기차를 글로벌 시장에 판매했다. 아이오닉5와 EV3가 실적을 크게 이끌었으며, 새롭게 투입된 캐스퍼(인스터) 일렉트릭, EV5, 크레타 일렉트릭 등 소형 및 전략형 모델도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EV6, EV9, 코나 일렉트릭 등 일부 기존 모델은 수요 둔화가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흔들리고 있는 테슬라의 빈자리를 현대차그룹이 노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후에도 글로벌 기업들의 판도는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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