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 관세 부과 시점으로 예고한 내달 1일을 앞두고, 한미 양국이 협상 무대를 워싱턴DC로 옮겨 마지막 조율에 나섰다.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한국에 최종적인 협상안을 내놓으라고 촉구하면서 한미 통상 협의가 중대 고비에 접어들었다.
30일 기재부는 언론 공지를 통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29일(미 현지시간)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 동안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통상 협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협의에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고, 협상 장소는 미국 상무부 청사로 확인됐다.
이번 협의는 지난 24일부터 본격화된 한미 고위급 통상협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이미 24~25일 양일간 워싱턴과 뉴욕에서 러트닉 장관과 만나 논의를 진행한 데 이어, 급히 스코틀랜드로 향해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 중이던 러트닉 장관과 현지에서 접촉을 이어갔다. 이후 다시 워싱턴DC로 돌아와 막판 협상에 나선 것이다.
기존에는 김 장관이 러트닉 장관과 주로 접촉해왔지만, 이번에는 구윤철 부총리가 합류하면서 협상 대표단의 위상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본국 지침을 바탕으로 이전보다 더 나아간 수정안을 내놓으며 미국 측을 설득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스코틀랜드 협상’ 결과를 보고받고 대응 전략을 점검한 뒤, 김 장관과 여 본부장 등 대표단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한국은 민감한 농산물 분야에서의 양보를 포함해 여러 차례 수정 제안을 내놓고 있으며, 미국 측과 이견을 좁히려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대미 투자 확대, 소고기 및 쌀 등 농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 비관세 장벽 완화 등 시장 개방을 더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보도를 통해 러트닉 상무장관이 최근 스코틀랜드에서 한국 측에 “최선의, 최종적인 무역협상안을 테이블에 올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구 부총리는 워싱턴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한미 무역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는 베선트 재무장관을 만나러 왔다"며 "조선 등을 포함해 한미 간 경제협력 사업에 대해 잘 설명하면서 국익 중심의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오는 3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별도 1대 1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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