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의 밸류체인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테슬라·엔비디아 등 개별 기업의 수혜를 누리면서도 핵심 공급망 전반에 분산투자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29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해외 기업 밸류체인에 투자하는 ETF의 순자산총액(AUM)은 1조 491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조 1237억 원) 대비 약 33% 증가한 수치다. 2023년 첫 글로벌 밸류체인 ETF가 출시된 후 매년 상품 수도 늘어 이날 기준 16개 상품이 상장돼 있다. 국내 운용사 중 가장 많은 밸류체인 ETF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달에는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와 BYD 밸류체인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ACE BYD밸류체인액티브’를 출시하며 상품 라인업을 보강했다.
밸류체인 ETF는 특정 리딩 기업을 축으로 한 공급망 전반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테마형 ETF가 ‘2차전지’와 같은 키워드 중심으로 관련 산업군 전반에 광범위하게 투자하는 방식이라면 밸류체인 ETF는 핵심 종목이 주도하는 산업 흐름에 함께 편승하면서도 리스크는 분산시킬 수 있는 구조다. 특히 밸류체인 ETF는 액티브 전략을 택하는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수혜 기업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에 고성능 자율주행용 인공지능(AI) 칩을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날 알려지자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가 이날부터 삼성전자를 새롭게 편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밸류체인 ETF는 수익률 측면에서도 우수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우라늄 채굴, 원전 건설 및 유지보수 등 원자력 밸류체인 전후방 산업에 투자하는 ‘PLUS 글로벌원자력밸류체인’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66.77%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50년까지 미국 내 원자력 발전량을 4배로 늘리는 행정명령을 내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빅테크 AI 칩 수요 증가 기대감에 같은 기간 ‘ACE 엔비디아밸류체인’도 43.25% 상승했다.
다만 일부 상품의 경우 고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레버리지 상품을 편입하고 있어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는 연초 이후 기준으로는 -18.41%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최근 3개월간은 18.99% 반등했다. 해당 상품은 테슬라 주가를 2배 추종하는 미국 ETF(TSLL)를 20.62%, 테슬라 본주를 16% 담고 있어 방향성에 따라 성과가 출렁이는 구조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테슬라의 방향성과 모멘텀을 전략적으로 반영하면서 전체 포트폴리오 내에서 밸류체인 종목들과의 조화를 통해 수익률과 리스크를 균형 있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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