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충돌로 지정학적 불안이 확산하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최대 340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증시 반등 기대감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만 크지 않다면 그동안 눌려 있던 주가가 차츰 정상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빠르게 반영되는 양상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2.04포인트(1.80%) 오른 2946.66포인트로 거래를 마치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2021년 1월 7일(2954.89) 이후 최고치다. 예상치 못한 중동 사태에 8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으나 불과 1거래일 만에 다시 상승하면서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모습이다. 반도체·방산·원자력·전력기기·증권 등 업종별 상승 모멘텀이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를 상쇄했다는 평가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 거래 대금도 2조 2715억 원으로 출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권사들은 중동 사태 등 변수에도 올해 하반기 코스피지수 전망치 상단을 크게 높이고 있다. 먼저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 연말 코스피 종가를 3100포인트로 제시하면서 “코스피지수가 중동 불안에 한 차례 주춤했으나 현시점 가장 각광받는 금융 자산이 국내 주식이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잉여 유동성 확대로 주가수익비율(PER)이 더 높아진다면 코스피지수 고점은 3400 선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한투자증권이 코스피 상승을 예상하는 건 올해 1분기 코스피 당기순이익이 52조 6000억 원으로 시장 평균 전망치를 19.8% 웃돈 가운데 새 정부의 재정 확대 등으로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중동 사태가 원유 공급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경우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신증권도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 상단을 3150포인트로 제시했다. 2010년 이후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적정 가치는 0.95배인데 현재 0.91배로 4.71%를 밑돌고 있는 만큼 평균 수준만 회복해도 코스피지수가 3057포인트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반기 트럼프 관세 등 변수가 여전하지만 중국·유럽 경기 부양이나 금리 인하 사이클 등 호재도 남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유동성 장세로 3000 시대에 돌입한 후 내년 상반기 실적 장세로 진입하면 역사적 고점에 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LS증권도 PBR을 근거로 하반기 코스피 고점을 3200포인트로 예측했다. 과거 수출이 부진했을 때 PBR 1.0배가 증시 고점이었는데 최근 수출 증가율 둔화 속에도 PBR이 0.97배까지 오르면서 박스권을 돌파할 기회를 잡았다는 설명이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외국인 지분율이 31.3%로 2009년 이후 평균 지분율(33.1%) 대비 낮아 추가 순매수 여력은 충분하다”며 “새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이 성공할 경우 2007년·2021년 같은 주식 투자 붐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 강세 흐름에 증권사들의 전망 수정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이달 4일 코스피 3000포인트를 제시한 지 불과 10영업일 만에 3100포인트로 높였다. NH투자증권은 상법 개정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 속도에 따라 오버슈팅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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