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건설이 정창선 그룹 회장의 아들 소유 회사에 10년간 3조 2000억 원 규모의 신용 보강을 무상으로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다. 정부는 부당 지원 행위를 저지른 중흥건설에 180억 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하고 회사를 고발하기로 했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흥건설의 사익 편취 및 부당 지원 행위 제재 결정을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2015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10년간 중흥토건 및 중흥토건의 6개 계열회사가 시행하고 중흥토건이 단독 시공하는 12개 주택건설 및 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 대출이 실행될 수 있도록 연대보증, 자금 보충 약정 등 무상 신용 보강을 제공했다. 중흥토건은 정 회장의 아들 정원주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공정위는 이 기간 총 24건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또는 유동화 대출에 대해 총 3조 2096억 원에 달하는 무상 신용 보강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시공사가 시행사로부터 공사 물량을 도급받고 해당 시공 이익을 확보하는 대가로 신용 보강을 제공하는 것은 업계의 통상적인 거래 관행이다. 하지만 중흥건설은 이 사건 시공에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중흥토건에게 무상으로 신용 보강을 제공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흥토건 정원주 씨가 2007년 인수할 당시 그 가치가 12억 원에 불과한 소규모 지역 건설사였다”며 “당시 자체 신용만으로는 대규모 주택건설사업 시행을 위한 대출을 실행하기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흥건설의 지원 행위 결과 중흥토건 및 6개 계열사들은 개발사업 성패와 직결되는 자금 조달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돼 경쟁사업자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경쟁 조건을 확보했다”며 “주택건설업 시장 및 일반산단 개발업 시장에서 지위가 크게 강화되는 등 공정한 거래 질서가 저해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흥토건 및 6개 계열사는 손쉽게 조달한 대규모 자금으로 매출 6조 6780억 원, 이익 1조 731억 원을 수취했고 중흥토건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2014년 82위에서 2024년 16위로 급상승했다. 광교 C2와 같은 대규모 사업 성공을 통해 얻은 막대한 매출 및 이익을 바탕으로 2021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40여 개 계열회사를 거느린 집단 내 핵심 회사로 단숨에 뛰어오르기도 했다. 지분가치 상승, 650억 원 규모의 배당금, 51억 원어치의 급여 등 지원 행위를 통해 중흥토건에 직접 귀속된 이익은 모두 최대·단일주주인 정원주 씨에게 귀속됐다.
이에 공정위는 중흥건설이 중흥토건에 신용 보강을 제공하면서 받았어야 할 대가가 약 181억 원이라고 보고 중흥건설에 그에 상응하는 180억 2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중흥건설을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대규모 부동산 PF 개발 시 이용되는 신용보강 수단인 자금 보충 약정을 총수일가 사익 편취 및 부당 지원 행위로 제재한 최초의 사례”라며 “앞으로도 부동산 개발업 시장에서 바랭하는 사익 편취 행위 및 부당 지원 행위를 지속 감시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중흥건설 측은 이번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공정위에 당사 입장을 충분히 소명했으나 제대로 수용되지 않은 듯하다”며 “공정위가 의결서를 접수하면 이후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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