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6월 설립돼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서울 구로중앙새마을금고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를 제외하면 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다. 본점이 위치한 고척1동에서만 같은 상호금융인 농협·수협·신협과 시중은행 등 13개 금융기관이 각축을 벌이는 치열한 환경 속에서 이뤄낸 성과다. 상당수 금고들이 실적 악화를 겪은 지난해에도 흑자를 거두며 인근 지역에서는 찾기 힘든 4%대 출자배당률을 기록했다. 구로중앙금고가 이처럼 탄탄한 경영을 지속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금융기관을 넘어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배기택 구로중앙새마을금고 이사장은 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마을금고는 단순히 돈을 맡기고 빌리는 공간이 아니라 이웃을 돕고 연결하며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의 중심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본점과 2개 지점 체제로 운영 중인 구로중앙금고는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 3005억 원, 순자본비율 9.17%, 연체율 1.1% 등 주요 지표에서 중대형 금고 수준의 안정성을 갖춘 금고다. 1987년부터 33년간 금고 직원으로 일하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관계형 금융과 경영 효율화에 힘을 쏟은 배 이사장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그가 금고를 이끌기 시작한 2020년 이후 구로중앙금고는 2022년 혁신경영 우수금고, 2024년 경영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새마을금고 창립 62주년 행사에서 중앙회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구로중앙금고가 이처럼 탄탄한 금고로 성장한 것은 단순 금융기관을 넘어 구로 지역 주민들이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는 ‘생활 속 든든한 조력자’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고 당시 휴대폰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주민들이 통신사나 자녀 대신 금고를 찾은 일이 대표적이다. 금고 직원들은 창구로 찾아와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을 안심시키며 유심 재설정, 유심 보호 서비스 신청 등을 일일이 도왔다. 배 이사장은 “임직원 대부분이 장기 근속을 하며 오랜 시간 주민들과 소통해와 가족같은 관계가 됐다”며 “자녀에게도 쉽게 말 못할 고민을 금고에선 털어놓고 각종 일에 손발이 돼 드리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지역 맞춤형 환원 사업도 폭넓게 진행하고 있다. 명절마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과일과 떡국, 김치 등을 나눠주고 자율방범대와 새마을협의회에는 방범, 방역 차량을 지원해 주민 안전 귀가와 건강 지킴이 역할도 해왔다. 노후 주택이 많고 독거노인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을 세심하게 파악해 내놓은 사업이다. 이 밖에도 적십자회를 통해 장학사업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까지는 출생지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고척1동을 넘어 구로구의 모든 주민들에게 버팀목이 되고자 하는 게 배 이사장의 포부다. 설립 49년 만인 지난해 '고척1동' 새마을금고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법인 명칭을 바꾼 것도 이같은 취지에서다. 특히 지난해 12월 자산 500억 원 규모의 구로3동금고를 흡수합병해 규모를 더욱 키운 만큼 생활밀착형 금융기관의 역할도 보다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구로3동금고는 이번 합병으로 5년 만에 처음으로 회원 배당도 했다. 배 이사장은 “지난해 저성장 금고인 구로3동 금고를 흡수합병한 만큼 구로 지역의 동반 성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등 진정한 생활 밀착형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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