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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부총리 두고 과감히 자율성 보장…쉬운 연구는 지원 끊어야"[서울포럼 2025]

■이공계 대학 리더십 포럼

AI시대 맞춤형 인재 길러내려면

일률적 교육 방식인 학점제 탈피

주52시간제 등 규제 타파도 시급

교수보다 챗GPT가 설명 더 잘해

지식 전달 넘는 교육법 고민 필요

장병탁(왼쪽부터) 서울대학교 AI연구원장과 이광형 KAIST 총장, 임기철 GIST 총장, 박종래 UNIST 총장이 2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공계 대학 리더십 포럼'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오승현 기자




“앞으로 연구 과제를 심사할 때 성공률이 80% 이상이면 연구비를 지원해주지 말아야 합니다.”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총장들이 인공지능(AI) 시대의 맞춤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고난도 연구와 공부에 도전할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성을 과감하게 늘리는 일이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미래 인재는 단순히 지식을 전수받아 계승하는 것을 넘어 ‘챗GPT’나 ‘알파폴드’ 같은 고성능 AI를 활용해 전에 없던 성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총장들은 일률적 교육 방식인 대학 학점제는 물론 주52시간 근무제까지 연구와 교육 현장을 발목 잡는 규제 타파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2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5’의 특별 행사 ‘이공계 대학 리더십 포럼’에 참석해 “이제는 스스로 질문하고 도전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연구 성과를 평가받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해 연구비를 따내는 현행 국가 연구개발(R&D) 제도로는 앞으로 AI 기술과의 시너지로 점차 가능해질 고난도 연구들에 대한 도전조차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는 취지다.

이 총장은 물론 임기철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박종래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또 좌장을 맡은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 등 이공계 리더들도 AI 시대 최적의 인재 양성 방안을 논의하는 이번 포럼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특히 임 총장은 AI와 R&D 주무 부처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관련 권한을 나눠 갖다 보니 부처 간 R&D 예산 확보전이 펼쳐질 수밖에 없고 과감한 정책 결정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29조 7000억 원의 국가 R&D 예산을 제대로 기획·배분할 수 있는 체제가 있어야 한다”며 “주무 부처가 장관급이면 타 부처들의 정책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총리급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소와 싱크탱크 등에 대한 주52시간제 제외 조치와 함께 AI 펀드나 혁신펀드, R&D 투자에 대한 감세 등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역시 필요하다”며 “이래야 혁신 생태계가 싹을 틔우고 그 안에서 인재 양성도 가능하다”고 단순 교육뿐 아니라 인재 양성과 관련한 연구와 산업 전반의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박 총장 역시 “AI 시대에는 모든 과목을 90점 이상 맞추는 평균적 수월성을 추구하는 방식은 지났다”며 “개인이 잘하는 것을 지원해주는 게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중앙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주도하는 것보다는 각 지역과 대학이 가진 비전을 뒷바라지해주는 게 최적의 방식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총장들은 이 같은 자율성이 확보될 때 대학이 길러내야 할 인재상으로 ‘질문하는 인재’를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AI에 질문해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이른바 AI전환(AX) 역량이다. 이 총장은 “우리 학교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문학을 연구하는 디지털인문학과도 만들었다”며 “이런 질문 능력을 키우기 위해 아예 시험에서 학생 스스로 문제를 내고 답하도록 하는 문항을 넣는다. 교수의 3분의 1이 이 방식을 채택해서 실험 중”이라고 전했다.

GIST도 이 같은 능력을 창업 역량으로 보고 적극 발굴 중이다. 임 총장은 “5명의 학생들이 모여서 수개월간 목표를 정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연구비를 따내고 필요한 분야 교수를 찾아가 집중 강의를 듣는 식의 프로젝트형 수업 ‘무한도전’ 제도를 시행 중”이라며 “지역 산업체를 찾아가 AI와의 융합 방안을 먼저 제안하고 추진하는 ‘과학기술 혁신대사’ 제도도 내년부터 학생들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올해 2월 학교 AI대학원의 특임교수로 임명한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이 교수가 알파고에 패한 후 많은 프로들이 AI를 활용해 창의적 수를 연구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프로바둑계가 발전했다”며 “AI를 잘 활용하고 협업하는 동료로서 잘 이끌어나가는 풍토가 성숙해지면 창발적 질문과 성과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장 원장도 “교수 입장에서 보면 챗GPT가 더 설명을 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 교수도 단순히 지식 전달을 넘는 교육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 시대의 대학 혁신’을 주제로 특별 강연에 나선 염재호 국가AI위원회 부위원장(태재대 총장)도 총장들의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특히 중국의 추격 위기에 놓인 제조업을 AI를 융합해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염 부위원장은 “한국의 제조업은 대규모 투자, 규모의 경제, 물량 공세 등 중국의 추격으로 위기에 봉착했다”며 “AI를 제조업에 적극 적용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경제가 제일 취약한 나라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철강·화학·조선·스마트폰·반도체 등에 AI를 접목하면 300조 원 이상의 경제 효과와 1.8%의 추가 성장 달성이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AI 맞춤 인재 양성이 급선무라는 게 염 부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20세기 대량생산 시대 스타일로 21세기를 살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며 “20세기에 맞춘 오늘날 대학의 취업률은 64%에 그친다. 패러다임이 지식이 아닌 상상력 기반의 ‘예술가 시대’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AI 시대에 걸맞은 과감한 지원도 필수다. 그는 “이공계 학생 1만 명에게 1인당 3000만 원씩 준다고 해도 예산은 3000억 원뿐”이라며 “일본이 기시다 총리 부임 직후 10조엔 펀드를 마련해 대학 연구에 투자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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