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교역 긴장 완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도체 업종이 모처럼 강하게 반등하며 코스피를 끌어올렸다. 삼성전자(005930)는 올해 세 번째로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주들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3월 27일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2600 선을 회복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5.11% 오른 5만 7600원에 장을 마쳤다. 올해 들어 세 번째로 큰 상승 폭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3월 17일(5.30%)과 4월 10일(6.42%)에도 큰 폭으로 오른 바 있다. 이날 SK하이닉스(000660)도 2.58% 상승한 19만 5000원으로 동반 강세를 나타냈으며 동진쎄미켐(005290)(8.35%), 이오테크닉스(039030)(8.47%), 하나마이크론(067310)(7.55%), 한미반도체(042700)(7.24%) 등 소부장 업종들도 크게 뛰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거 오르면서 코스피도 1.17% 오른 2607.33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600 선을 넘은 것은 올 3월 27일 이후 46일 만이다. 5월 1~10일 기준 10대 주요 수출 품목 중 반도체만 유일하게 증가(14.0%)한 지표도 투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갈등 완화와 반도체 수출 증가는 긍정적인 신호임이 분명하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주 확대 여부가 실질적인 모멘텀(상승 여력)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외국인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삼성전자를 7820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순매도 1위 종목에 이름 올린 반면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5797억 원어치 사들인 바 있다. 범용 D램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보다는, 삼성전자의 HBM 기술 경쟁력이 외국인 수급을 위축시킨 요인으로 풀이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미 빅테크들이 실적 발표에서 AI 투자 확대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내년까지의 구체적 투자 규모나 방향성은 아직 밝히지 않은 만큼, 삼성전자의 중장기 실적은 HBM 수주 확정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탄력이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그동안 ‘관세 무풍지대’로 평가받았던 조선·방산 등의 업종은 급락을 면치 못했다. 현대로템(064350)은 13.64% 곤두박질쳤고 한화시스템(272210)(-8.32%), LIG넥스원(079550)(-5.10%), 한화오션(042660)(-5.10%), HD현대중공업(329180)(-2.06%) 등도 추락했다. 해외 수출 호조로 크게 올랐던 삼양식품(003230)은 장중 ‘황제주(주가 100만 원 이상 종목)’에 잠시 등극했다가 4.73% 급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중 교역 갈등과 미국의 관세정책에 대한 불안 심리가 완화되면서 그간 억눌렸던 반도체·자동차 등 업종이 강하게 반등하는 반면, 관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던 방산·조선·음식료 업종은 차익 매물이 쏟아졌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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