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 7000만 달러(약 5조 3000억 원)를 투입해 건설할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 이전 부지의 시의회 건설 허가를 취득했다. 당초 계획했던 부지를 변경하면서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 일각에서는 사업 지연 우려까지 제기됐지만 기술과 인력 확보에 한층 유리한 부지를 확정해 현지 사업 확장에 탄력을 받게 됐다.
7일 인디애나주 지역 언론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웨스트라피엣 시의회는 공청회를 열고 SK하이닉스 패키징 공장 부지에 대한 용도 변경안을 찬성 6, 반대 3으로 가결했다. 공청회에는 100명 넘는 지역 주민이 참석해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시 의회는 일부 주민들이 공장 건설에 따른 환경오염 등을 지적했지만 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와 고용 유발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부지 이전을 결정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월 퍼듀대 산하 퍼듀리서치재단이 보유한 부지에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했지만 공장 건설 지역 변경을 추진했다. 새 부지가 공동 연구를 진행할 지역 명문 퍼듀대와 더 가깝고 교통 편의성 등도 유리했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부지가 주택 용도로 묶여 있어 용도 변경이 필요했는데 일부 주민들이 환경 문제와 트럭 통행 증가 등을 우려하며 반대했다.
회사는 반대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수차례 설명회를 개최하고 향후 지역 대표와 주민·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인디애나 전문가 및 파트너 자문 위원회’를 구성, 공장 건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견을 수렴하고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아울러 새 공장의 용수 50%를 재활용하는 등 환경 분야 대책도 마련했다.
공장 부지가 확정되면서 SK하이닉스는 이르면 하반기 착공에 나설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2028년 인디애나 HBM 패키징 공장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준공까지는 2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 부지 규모가 더 큰 만큼 SK하이닉스는 HBM 성장에 따라 생산량 확대 등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인디애나주 반도체 공장 착공식을 새 정부 출범과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에 대응해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칩의 핵심인 HBM 패키징 시설인만큼 트럼프 정부의 미국내 투자 유치 정책에 부응하는 측면이 상당하다”며 “SK하이닉스의 미국 공장 건설이 새 정부 출범 이후 트럼프 정부와의 통상 협상에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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