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바이오 업계의 기술이전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바이오 기업들은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해외시장 진출(해외 영업 및 기술이전)과 신약 개발을 꼽았다. 또 만성적인 자금난으로 연구개발(R&D)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지만 계속 투자를 늘려나가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 바이오 업계를 둘러싼 환경은 결코 만만치 않다. 올 하반기 업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바이오 기업이 절반을 넘는 가운데 기술이전과 신약 개발은 바이오 기업의 생존을 위한 유일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10조 원이 넘는 기술이전 등으로 잘나가고는 있지만 역설적으로 바이오 생태계의 발목을 잡는 법차손 규제와 자금난 등 각종 규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언제 분위기가 꺾일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여전하다.
6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바이오협회와 올 하반기 기술이전 및 신약 개발 현황 등을 공동 조사한 결과 110개사 가운데 62개사가 K바이오의 성장 동력으로 ‘해외시장 진출(43.6%)’과 ‘신약 개발(32.7%)’이라고 답했다. 바이오 기업들이 K바이오의 성장 동력으로 해외시장 진출과 신약 개발을 가장 우선순위로 꼽는 것은 기술이전이 이뤄져야 지속적인 R&D와 기업의 생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소 10년의 시간, 1조 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가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기술이전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은 가장 큰 마중물”이라며 “연구개발과 기술이전은 바이오 기업들의 생사를 가르는 문제”라고 밝혔다.
K바이오는 올 상반기 총 9건, 12조 862억 원을 기술이전해 2021년 이후 처음으로 상반기 10조 원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듯이 하반기에도 상반기를 넘어서는 기술이전 실적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바이오 기업들은 기술이전 등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하반기에도 R&D 비중을 ‘유지(29.1%)’하거나 ‘10% 이상 늘릴 것(32.7%)’이라고 답했다. 만성적인 자금난과 시장 불확실성 등 어려움 속에서도 신약 개발 DNA가 멈추지 않고 살아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바이오 기업들이 R&D 비중을 유지하거나 늘리기는 결코 쉬운 환경이 아니다. 실제 조사 대상 기업들은 하반기 업황에 대해 ‘비관적(43.6%)’ ‘매우 비관적(10.9%)’으로 절반이 넘는 60개사(54.5%)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자금시장 개선 여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58.2%)’ ‘내년 상반기 이후(16.4%)’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전망했다.
K바이오의 발목을 잡는 만성적인 자금난도 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전체 바이오 기업의 80%가 ‘자금난으로 R&D에 차질을 빚은 적이 있다’고 답할 정도였다. ‘업계의 자금 사정이 개선될지 알 수 없다(58%)’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도 K바이오의 기술이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지만 자금난에 따른 어려움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글로벌 바이오 업계 환경이 만만치 않다. 미국과 유럽 빅파마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기술이전 건수는 물론 규모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기술이전은 2022년 137건(16%)에서 2024년 149건(31%)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중국의 신약 후보 물질은 7032개로 미국의 1만 1455개 다음으로 많았다. 앞으로 기술이전이 더 늘어날 수 있는 기반이자 잠재적 후보군이 풍부하다는 얘기다. 반면 한국은 3386개로 3위를 차지했지만 중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중국 바이오 기업들은 이제는 기술이전 규모나 건수가 아니라 기술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선급금 규모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바이오 기업의 성과를 바라보면 이제는 부러움을 넘어 위기감을 느낀다”며 “제약·바이오 산업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끌고 가면서 파격적인 지원과 규제 완화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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