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관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에 대처가 가능한 기업들을 주목해야 한다. 아울러 이익 수준 대비 주가가 과도하게 빠진 ‘낙폭 과대’ 기업들의 분할 매수도 고려해 볼 법하다.
관세에 직면한 기업이 가진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관세 충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인데 보통 가격 결정력에서 우위를 지닌 기업들이 이런 전략을 사용한다. 두 번째는 기업 스스로가 관세 충격을 떠안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높은 영업 마진이 필수적이다. 마진 구조가 높으면 제품 가격을 낮추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 부과는 결국 ‘Made in USA'로의 압박이다. 미국 내 공급망 비중이 낮은 경우 원가 상승 압력이 발생하며 미국 내 인프라가 적은 기업일수록 대체 조달이 어려워져 비용 전가의 어려움이 생긴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이러한 1차 위험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대부분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사업으로 물리적 통관이 없는 덕에 직접 관세 부과는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플레이션에 의한 경기 둔화나 고객사의 수요 감소 등 간접적 요인은 나타날 수 있다. 순수 소프트웨어 기업인 넷플릭스, 메타, 어도비,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교역국의 보복 관세 부과 조치에 따른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도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작고 자국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60~90% 이상)은 유나이티드헬스, 스타벅스, 아마존, 인튜이티브서지컬 등이 있다.
가격 결정력이 높은 기업들에도 주목해야 한다. 보통 기업간거래(B2B) 독점 솔루션 제공 기업이나 명품 기업, 특수 부품 및 소재 기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의료기기, 특정 소프트웨어 구독, 고급 소비재일수록 수요 탄력성이 낮아 소비자가 가격에 크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이에 해당하는 기업으로는 인튜이티브서지컬, 엔비디아, 알파벳, 어도비, ASML 홀딩,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고율 관세에도 마진 방어가 가능한 기업들을 살펴봐야 한다. ‘고마진 비즈니스’를 가진 기업은 스스로가 관세 부과에 따른 비용 증가를 일부 부담해 판매량을 유지하거나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관련 기업으로는 인튜이티브서지컬, 엔비디아, 알파벳, 어도비 등이 있다.
최근 들어 주가가 많이 빠진 ‘낙폭과대주’를 분할 매수하는 것도 현시점에서는 좋은 투자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섹터가 있다. 반도체 산업의 12개월 선행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8.7%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12개월 선행 자본대비주가는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해 단기 저평가 구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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