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발 공포에 글로벌 빅파마들이 잇따라 미국 생산시설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도 미국 관세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068270)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지난달 30일 면담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외신 등에 따르면 애브비는 앞으로 10년간 미국에 총 100억 달러(약 13조 5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밝혔다. 로버트 마이클 애브비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성장 전략을 지원하고 비만 등 신사업 진출을 위해 미국 투자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해당 자금은 원료의약품, 완제의약품, 펩타이드, 의료기기 등 4개 신규 생산시설에 투입된다.
암젠도 이날 오하이오주 뉴알바니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확장에 9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하이오주 내 암젠의 고용 규모는 750명으로, 총 투자 규모는 14억 달러(약 1조 9000억 원)를 넘어선다. 로버트 브래드웨이 암젠 대표는 “오하이오 제조시설은 우호적인 사업 환경, 숙련된 인력, 전략적인 입지를 갖추고 있어 가장 이상적인 투자 선택지”라며 “이번 투자로 미국 제조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전 세계 환자들이 혁신신약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애브비와 암젠은 각각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응해 미국 내 투자 계획을 공개한 6, 7번째 빅파마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수입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며 빅파마에 미국 내 생산시설 이전을 압박했다. 이에 따라 미국머크(MSD)는 2028년까지 90억 달러(약 13조 원), 로슈는 5년간 500억 달러(약 71조 원), 노바티스는 5년간 230억 달러(약 33조 원), 일라이릴리는 5년간 270억 달러(약 38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내 CDMO 업계에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빅파마가 미국 등 현지에서 자체 생산을 강화하면 몇 년 뒤 국내 CDMO 업체들의 수주 물량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빅파마들의 투자 계획이 집행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2028년에 종료되지만 생산시설을 착공한 뒤 가동까지 3~5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서 회장이 지난달 30일 트럼프 주니어와 만난 것도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바이오시밀러와 CDMO 등 셀트리온의 사업들이 트럼프 정부의 미국 관세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 만큼 서 회장이 트럼프 주니어와 미국 사업과 관련해 논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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