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기준 상장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공시는 총 138건으로 월별(지난해 12월 35건·올 1월 5건·2월 14건·3월 17건·이달 4건) 추이는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이는 지난달 말 상장 기업의 정기주주총회 완료와 탄핵 정국 마무리 후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며 기업이 관망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밸류업 프로그램 확산으로 상장 기업의 지난해 자사주 취득 및 소각 금액은 전년 대비 각각 약 2.3배, 2.9배 증가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7년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5% 이상 자기 주식을 보유한 상장 기업에 보유 현황, 보유 목적, 처리 계획(소각 등)의 내용을 담은 ’자기주식 보고서'를 의무 공시'하도록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도 지난해 말부터 시행되고 있다.
상장 기업의 ‘자기주식 보고서’ 공시 현황을 살펴보면 의무 공시 대상 기업(502개사) 중 47.8%가(240개사)가 자기 주식 활용 계획이 없었다. 주주환원 측면에서 자기 주식을 활용하려는 상장 기업이 지금까지는 많이 보이지 않는다.
반면 투자자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한국ESG연구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이달 중순까지 주주권 강화를 위해 투자자가 요구한 집중투표제 도입, 자기주식 소각 및 권한 확대,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의 건 등 정기주주총회 정관변경 안건의 주주제안을 15개사가 상정했다. 개인 투자자의 증가와 주주 인증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의 등장, 행동주의 투자자의 지속적인 활동, 경영권 분쟁 등 주주권을 강조하는 자본시장 환경 변화에서 기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분석 대상 기업 중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현금 배당이 증가한 기업과 감소한 기업 비중은 각각 46.0%와 25.0%다. 전년도 39.9%와 31.5%와 비교해 봤을 때 아직까지 상장 기업의 주주환원 대부분은 현금 배당금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한 시행을 위해서는 기업 가치 개선과 주주환원이 근본적으로 동일하다는 이해 관계자 간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해 보인다.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원 확보를 위해 적절한 사내유보와 투자를 통한 수익 확보 등 기업가치 개선이 주된 목표이고 이는 결국 투자자의 주요 관심사인 주주환원의 근간(재원)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자본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국내 정치의 변동성이 여전히 상존해 있다. 상장 기업은 향후 성장과 수익개선, 그리고 주주환원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최소한의 주주 보호 노력을 이행해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적절한 주주환원의 수준과 방식에 대해 투자기업과 꾸준한 소통이 필요하다. 이는 ‘기업가치 개선이 주주환원의 근간이자 중심가치’라는 이해관계자 간의 공통 인식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판단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