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2차 상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된 이 개정안은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8단체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이번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분쟁 및 소송 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법안 처리에 유감을 표했다.
더 센 상법 개정안은 소수 주주의 권리 보호 등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해외 투기 자본에 의한 국내 기업 경영권 탈취 가능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기업의 자율적 경영 판단을 제약해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더 센 상법을 처리한 이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전날 ‘노란봉투법’과 이날 더 센 상법 처리에 이어 ‘더 더 센 상법’ 추진으로 기업 옥죄기 입법에 가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그러나 기업 옥죄기 입법의 후폭풍은 노란봉투법에서부터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이날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짜 사장 현대제철은 비정규직과 교섭하라”며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더 센 상법도 후폭풍의 현실화 가능성이 큰 만큼 후속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선 해외 주요 선진국들의 사례를 따라 기업의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 등 보완 입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특정 주주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 때 대주주가 낮은 가격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포이즌필’, 주주총회 안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 등의 도입을 폭넓게 검토해볼 만하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자·주주 이익 확대와 함께 노동 유연화 등 구조조정을 병행해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점이다. 덴마크는 ‘플렉시큐리티’ 모델을 통해 기업에 직원 해고의 자율권을 주는 대신 실직자에 대한 실업보험과 재취업 지원을 담보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프랑스는 해고 사유를 매출 감소와 기술 변화 등까지 넓히면서 잠재성장률을 상승 반전시켰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이 0%대로 내려앉은 지금은 기업을 옥죄기보다 구조 개혁에 힘쓸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