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 기업의 40% 이상이 미국발 통상 불확실성에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데다 하루 단위로 내용이 크게 변하고 있어 중장기 경영전략을 짜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연구원은 1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5년 1분기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현황과 2분기 전망’을 발표했다.
산업연이 지난달 17일부터 28일 사이 국내 제조 업체 148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의 42%는 트럼프 관세정책에 대해 ‘별다른 대응 전략이 없다’고 답했다. 정유(58.1%), 철강(53%) 등 업황이 좋지 않은 기업들일수록 대책이 없다는 반응이 높았다.
자동차(42.3%), 일반기계(45.6%)에서도 대책이 없다는 비율이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정부 관계자는 “자동차는 전체 수출의 절반을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고 일반기계 업종 역시 최근 미국 수출 증가세가 상당했다”며 “관세정책 불확실성에 크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 기업의 35.8%가 ‘주력 품목 가격경쟁력 저하’를 우려했다. 특히 반도체(43.5%), 디스플레이(48.5%), 자동차(44.9%) 등에서 가격경쟁력 악화를 걱정하는 비율이 높게 조사됐다. 거래 비용 증가 및 이익 감소를 선택한 비율은 35.4%였다. 관세 폭등으로 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수출 계약을 새로 맺거나 물류 비용 급변에 대응하느라 손해를 본다는 이야기다. 이어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감소·지연(31.9%)이나 해외시장 경쟁 구도 변화(20.3%)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뒤따랐다.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BSI도 크게 악화했다. 산업연에 따르면 1분기 매출 현황 BSI는 77로 전 분기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매출 현황 BSI가 70대로 들어선 것은 2023년 1분기 이후 2년 만이다.
BSI는 시황이나 매출·재고 등 각종 경영지표에 대한 응답 기업의 주관적인 인식을 나타내는 지수다. 전 분기 대비 변화가 없다는 의미의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우면 업황이 좋다는 의미고 0에 근접할수록 상황이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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