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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보증·無이자 서민 대출…'제도권 금융 복귀' 기회 줬을 뿐"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대표

'신뢰' 하나로 이어온 관계 금융

연체율 7% 수준… 저축은행보다 낮아

가발·안경 등 생활 틈 채우는 복지도

"제도권으로 돌아가는 징검다리 될 것"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대표. 사진 제공=더불어사는사람들




14년간 담보나 이자 없이 총 8681명에게 38억 원을 대출해준 사람이 있다. 연체율은 7%대. 기인(奇人)이거나 독지가도 아니다. 사단법인 더불어사는사람들의 이창호 대표가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14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히 대출을 넘어 돈을 빌리는 사람이 다시 금융 제도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사다리 같은 역할”이라고 말했다. 무담보·무이자로 수십억 원을 대출해주는 곳의 대표라기에는 너무나도 소탈한 모습인 이 대표는 “모든 것은 이자·담보·보증 없이 ‘신뢰’ 하나로 이뤄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작은 소박했다. 대단한 기술이나 자본이 아니라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원동력이었다. 그는 방글라데시 사회운동가 무함마드 유누스의 ‘그라민은행’에서 영감을 얻었다. 유누스는 빈민들에게 담보 없이 소액 신용대출을 해주는 그라민은행을 설립했고 채무자에게 일자리를 주선하는 등 상환을 돕는 방식으로 99%에 달하는 회수율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2012년 자신의 돈 3000만 원과 주변 기부금을 모아 소액 대출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최대 10만 원만 빌려주고 상환하는 모습을 보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2만 원, 3만 원이 절박한 금액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아는 그는 지난 14년간 단 한번도 담보나 이자를 요구하지 않았다.



단체에서 구축한 별도의 신용평가 모델도 없다. 왜 돈이 필요한지, 얼마가 필요한지만 묻는다. 모든 대출은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대출액은 1인당 평균 43만 원이며 많게는 300만 원까지 가능하다. 이 대표는 “원칙은 한결같이 소액부터 성실함을 바탕으로 거래한다”면서 “차주와 연락하면서 관계 금융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부연했다.

무이자·무담보·무보증 대출이지만 연체율은 제도권 금융인 저축은행보다 낮다. 지난해 해당 법인에서 취급한 대출 총액은 약 7억 8804만 원인데 이 중 연체액은 약 5708만 원에 불과하다. 연체율은 약 7.2%다. 반면 저축은행업권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8.5%로 전년(6.6%) 대비 1.9%포인트 상승했다.

이용자의 대부분은 제도권 금융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은 물론이고 카드론조차 사용할 수 없고 심지어 대부 업체에서 거절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단체를 수년째 이용해온 한부모가정 A 씨는 “정말 힘들 때마다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인데 돈을 갚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 악화로 더불어사는사람들을 찾는 이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2년 36명에 불과했던 대출 이용자는 2021년 955명에서 2022년 988명, 2023년 1217명, 지난해 1379명으로 증가세다. 특히 올해는 1800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사는사람들 임직원은 각자의 인맥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실생활에 필요한 도움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시력이 좋지 않은 아이를 둔 가정에 무료로 안경을 맞춰주거나 합리적인 가격에 이사할 수 있도록 업체를 알아봐주기도 한다. 이 대표는 “신용은 그 사람의 습관이고 우리는 기회를 줄 뿐”이라며 “더불어 다 같이 잘살아야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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