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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율관세, 베트남·印尼 폭격…'스윙생산 플랜' 다시 짠다

[트럼프發 공급망 재편]

◆ LG전자 동남아 증설 중단

베트남 46%·印尼 32%…우위 상실

물류비 등 고려 멕시코 생산 유리

美테네시주 공장은 확장 '저울질'

"최적 원가 조합 찾는 기회 될 것"





조주완 LG전자(066570) 대표이사 사장이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에 앞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을 담은 ‘플레이북’을 마련했다. 멕시코 관세가 높아지면 동남아시아 물량을 늘리는 식이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생산기지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우회 수출을 무력화시켰다. 결국 LG전자는 플레이북 마지막 장 북미 지역 생산 거점 확대를 통한 직접적 시장 공략 카드를 꺼내들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만 해도 가장 불안한 생산 기지였던 멕시코가 이달 상호관세 발표 이후 가장 비용 효율이 높은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미국은 2월 1일(현지 시간)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으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 등 마약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며 벌칙성 관세를 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에도 수차례 취임 즉시 멕시코에 관세를 매긴다고 밝혀왔다.

멕시코는 인건비가 저렴하고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라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관세가 면제돼 북미 수출을 위한 국내 기업의 전진기지로 통했다.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자동차도 멕시코에 공장을 지었고 LG전자는 몬테레이와 레이노사 공장에서 TV와 냉장고를 만들어 미국에 보냈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멕시코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자 국내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삼성전자는 광주 생산 라인 일부를 멕시코로 이전하려던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LG전자는 국가별 물량을 조절하는 ‘스윙 생산’에 따라 베트남 하이퐁 공장의 냉장고·세탁기 생산을 늘리고 인도네시아와 폴란드에서는 TV를 더 만들기 위해 부품 수급과 인력 확대, 창고 확보, 물류망 점검 등 사실상 바로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사전 준비를 끝냈다.

그러나 멕시코에 부과한다는 관세는 기약 없이 미뤄졌고 오히려 ‘플레이북’에 남겨둔 동남아 지역이 표적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이달 2일 베트남에 멕시코보다 21%포인트 높은 46%의 관세를 부과했고 인도네시아 32%, 한국 25%, 유럽연합(EU) 20% 등 관세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는 점을 세계에 알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세가 더 싼 지역에서 생산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해진 셈”이라며 “관세 부과는 미국 내 생산 확대가 목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9일 중국을 제외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했지만 발효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고심에 빠진 LG전자는 결국 동남아 물량을 늘리지 않기로 했다. 관세 이점이 없는데 미국까지 보내는 물류비와 생산 조정에 따른 추가 투입 비용을 고려할 때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대신 멕시코 생산을 오히려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우려가 컸던 멕시코는 미국의 상호관세 대상국에서 제외돼 10%의 보편관세마저 적용 받지 않아 미국 수출에 가장 유리한 곳이라는 위상을 유지했다. 멕시코도 언제든 관세가 되살아날 수 있지만 현지에 공장을 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공격적인 로비가 진행되는 데다 미국 소비자가 물가 상승에 직접 노출된다는 인식에 관세 영향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실제로 큰 편이다.

LG전자가 향후 미국 내 현지 생산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그 신호탄이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 옆 창고 건설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현지 매체와 클라크스빌·몽고메리카운티 산업개발위원회(IDB)에 따르면 ‘LG전자 테네시 제2단계 사업’ 프로젝트가 22일 IDB 안건으로 상정된다. 기존 세탁기·건조기 공장 옆에 약 5만㎡ 규모의 창고를 새로 짓는 사업이다. 창고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은 1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새 창고가 기존 공장과 거의 비슷한 크기이며 6월 건설을 시작해 내년 3분기 중 완공될 것이라고 전했다.

LG전자는 최근 자체 투자심의회를 열고 이번 계획을 승인했다. LG전자는 “세탁기 등 제품을 보관하는 창고”라고 했지만 사실상 증설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관계자는 “인건비와 자재 가격 상승으로 미국 내 건설 비용이 많이 오른 시점에 창고를 짓는 만큼 그 이상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조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테네시 공장에 냉장고·오븐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부지 정비 작업이나 가건물을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되면 지체 없이 (증설)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LG전자가 높은 인건비에 증설 비용까지 감수하며 미국 생산을 고민하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LG전자의 미주 매출은 22조 8959억 원으로 전체 매출(87조 7282억 원)의 26%를 차지했으며 한국을 제외하면 가장 많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가전 회사들도 관세 영향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LG전자가 미국 공장을 포함한 글로벌 생산량을 조절하며 최적의 원가 조합을 찾는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테네시주 LG전자 세탁기 공장. 사진제공=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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