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청탁을 받고 인사권자에게 청탁자를 적임자로 보고하고, 해당 청탁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한 공무원에 대해 정직 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A씨가 소방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지난 1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소방공무원인 A씨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행정안전부 장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이 기간 A씨는 B씨에 대한 소방정감 승진 청탁을 받고, 승진 순위를 유리하게 조정할 방안을 제안하는 등 인사 조력에 개입했다. 구체적으로 장관에게 보고할 승진후보자 명단이 ‘가나다순’으로 정리되자 당시 소방청장에게 현 직급 임용일 순으로 변경하자고 제안했고 소방청장의 동의를 받아 장관에게 해당 방식으로 보고했다. 또한 A씨는 B씨를 승진후보자로 장관에게 추천한 뒤, 해당 내용을 B씨에게 직접 전달하고 청와대 인사검증 동향까지 함께 알려줬다.
소방청 소방공무원 징계위원회는 2023년 9월 A씨의 행위가 공무원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정직 3개월의 징계를 의결했다. 이에 A씨는 “소방청장에게 보고한 승진추천 내용은 정당한 직무수행의 일환이었다”며 “일부 징계 사유는 인정하지만 대가성이 없어 불법이 아니다”는 취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B씨의 청탁과 관련된 행동으로 평가된다”며 “타인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아 그에 부합하는 내용을 보고하는 것까지 정당한 직무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공직자의 승진절차는 공정성이 생명이다”며 “청탁자에게 인사정보를 제공하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공직기강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A씨는 실수가 아닌 직접적인 의도를 가지고 청탁 조력을 실행했다”며 “비위 행위로 인해 공직기강이 문란하게 된 정도가 비교적 크고, 징계 수준도 징계기준에 비춰볼 때 적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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