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로또 번호를 예측한다는 사기 수법이 성행하자 특허당국이 특허 무효 등 엄단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과거 당첨번호를 분석해 로또 번호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특허심판원은 특허청이 로또를 비롯한 당첨번호 예측 시스템에 대한 특허 2건에 대해 제기한 특허 무효 청구를 받아들이고 심판 결과를 지난 3일 각각 확정했다.
제기된 특허 무효 심판은 모두 AI 기술로 과거 당첨번호를 분석해 복권의 당첨 번호를 예측·추천하는 기술에 대한 것이다. 특허청은 이 같은 특허에 대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데다 산업적 이용이 가능하지 않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례의 경우 특허 출원인들이 거절 결정에 불복해 심판까지 거쳐 특허를 등록했는데, 특허청은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무효 심판을 제기하는 등 적극 대응했다.
특허심판원은 L사의 로또 당첨번호 예측 서비스에 대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로또 당첨번호는 회차 간 독립 사건이어서 과거 당첨번호로 미래를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고, 과거 데이터를 아무리 학습해도 다음 회차 당첨 확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다. 기술적 효과를 실현할 수 없는 만큼 산업적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응에도 불구하고 AI를 활용해 로또 당첨번호를 예측해준다며 소비자를 속이는 업체들이 성행하고 있다. 감언이설에 속아 서비스에 가입해도 로또 당첨 가능성은 전혀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사기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에는 중국에서 딥시크를 이용해 복권에 당첨됐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AI가 복권 번호를 알 수 있다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로또 번호를 기술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기술적 진보에 대한 환상을 이용한 사기”라고 꼬집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