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대내외적으로 격변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딱 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투자는 미래를 내다보는 행위라고 하지만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예측에 의존하기보다는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노후 준비와 연금 관리가 필요하다.
호황 뒤에 불황이 온다는 것은 일반적인 경제 법칙에 가깝다. 1920년대,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호황 이후 경기침체가 찾아온 것은 당연해 보인다. 놀라운 사실은 당시 누구도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1929년 10월 주식시장 버블이 최고조에 이르러 대공황이 터지기 직전 당시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주가가 장기적으로 하락하지 않을 고지대에 도달했다”고 단언했다. 시장의 버블에 관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쉴러는 대공황의 불가피성에 관해 묻자 “그 일은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다”며 “경제 사학자들에게 대공황을 예측한 사람이 있었느냐 물었는데 아무도 없었다”고 답했다. 일이 지나고 난 다음 “나는 터질 줄 알았다”는 강한 후견편향(Hindsight Bias)을 가진 일부 전문가들의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대공황은 1929년에 이미 시작됐지만 1930년 미국경제연맹의 똑똑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 당시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경제와 관련된 답변은 18위(실업률)에 꼽혔다. 1위 사회 정의 구현, 2위 금주, 3위 법을 무시하는 세태, 4위 범죄, 5위 법 집행의 순이었다. 1년 뒤인 1931년 대공황 2년 차 여론조사에서도 실업률은 금주법, 사회정의 구현, 법 집행에 이어 고작 4위였다.
엉뚱한 결과의 원인은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첫째, 당시 사람들은 잘못된 판단으로 눈이 멀어 있었다. 둘째, 현재 우리에게는 다 지나고 난 뒤에 보니까 보이는 것이다. 어떤 것이 주된 원인일까? ‘불변의 법칙’을 쓴 모건 하우절은 “만일 가장 큰 리스크가 뭔지 안다면 대책을 세울 테고 대비책을 세우면 그 일은 덜 위험한 것이 된다”며 “예측할 수 없다는 속성이 리스크를 위험한 것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리스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위험한 일이며 완전히 정복될 수도 없다. 최근 벌어진 국내외 정치와 경제 등의 변화를 보면 많은 일들이 실제 벌어지기 전까지는 비현실적이고 터무니없이 여겨지기도 했다. 이제는 상상할 수 있는 리스크 뿐만 아니라 상상하지 못한 리스크도 언제든 덮쳐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니 노후 연금 투자자라면 많다 싶을 정도로 충분히 적립하고 투자해야 한다. 예측에 기대어 한 가지 자산이나 지역에 집중 투자하기 보다는 여러 자산이나 지역에 분산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오래 일하고 연금 개시를 최대한 미뤄 연금 자산을 최대한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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