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잡기 어려운 이유가 차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운전할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택시 기사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택시 기사 중 60세 이상 비율이 70%에 달하며 70세 이상 기사도 20% 가까이 된다. 도심에서는 심야 시간대 택시를 잡기 어려운 현상이 일상화됐다. 높은 연령층의 기사들은 야간 근무를 기피할 뿐만 아니라 복잡한 도심에서 심야 운행의 피로도가 크기 때문이다. 젊은 층의 택시 기사 유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고령 기사들이 은퇴하기 시작하면 심야 시간대 택시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인력난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대안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아직까지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여러 나라에서 이미 자율주행 택시가 시범 운영 중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구글 자회사 웨이모(Waymo)가 샌프란시스코·피닉스·로스앤젤레스 등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올 1월 CES 2025에서 테케드라 N 마와카나 웨이모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 및 자율주행 기술을 ‘가장 신뢰받는 운전자’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대자동차도 웨이모와 협력해 2026년까지 로보택시 상용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에서도 로보택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기서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면 과거 ‘타다 사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타다는 택시 업계의 반발로 모빌리티 혁신이 좌절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2018년 출시된 타다는 ‘11인승 이상 승합차는 기사 알선을 허용한다’는 여객자동차운수법 예외 조항을 활용해 면허 없이 콜택시 서비스를 운영했다. 그러나 택시 업계는 이를 불법 영업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정부는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켜 이 사업 모델을 법적으로 막아버렸다. 이후 타다는 법적 다툼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이미 타다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기존 모델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타다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실패가 아니라, 모빌리티 혁신이 이해관계 충돌로 가로막힌 대표적 사례다. 기존 법 체계는 변화하는 기술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채 업계의 반발과 정치적 압박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택시 기사 부족 문제가 심화돼 로보택시를 상용화하려 할 때 타다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란 법이 있을까. 타다에서 보듯 정부의 정책 방향과 법 체계가 유연하게 변화하지 않는다면 기술혁신은 제도적 걸림돌로 인해 지속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의 모빌리티 규제는 기존 산업 보호 기조가 강하기 때문에 자율주행 택시가 기존 법 체계 내에서 어떻게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기술 변화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할 때 로보택시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실제 교통 시스템의 일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유연성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기존 이해관계자와의 충돌을 최소화하면서도, 새로운 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로보택시는 언젠가 우리 사회에 등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가 도래하기 전에, 우리가 어떤 정책적 대비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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