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지난 주 공매도 전면 재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발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줄줄이 맞으면서 거래 종목 3개 중 1개 꼴로 변동성 완화 장치(VI)가 발동됐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파면 결정 당일인 4일은 정치테마주가 급변동하면서 VI 발동 횟수는 지난해 8월 '블랙먼데이' 이후 8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VI가 발동된 종목은 855개로 전체 거래 가능한 종목(2660개)의 32%에 달했다.
VI는 개별 종목에 대한 가격 안정화 조치로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변하면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해 냉각 기회를 부여한다.
윤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4일은 VI 발동 종목이 308개로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거래된 2660개 종목의 12%에 달했다. 장 마감 시점 기준 VI 발동 횟수는 757회로 지난해 8월 6일(1241회)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8월 6일은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블랙먼데이' 다음 날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3%, 6%대 급등했다.
지난 4일 VI 발동은 윤 대통령 파면 영향으로 극심한 롤러코스터를 탄 정치인 관련 테마주에 집중됐다.
이날 VI 발동 횟수가 가장 많았던 종목은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 테마주인 소프트캠프(258790)로 하루 동안 18차례 발동됐다.
또 다른 이재명 테마주인 에넥스(011090)(15회)와 형지I&C(011080)(15회), 형지글로벌(308100)(14회)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테마주인 평화홀딩스(010770)(12회), 윤 전 대통령 테마주인 NE능률(053290)(7회) 등도 VI 발동이 잦았다.
공매도 전면 재개일인 지난달 31일에도 305회 발동됐으며, 탄핵심판 선고일이 확정된 지난 1일은 367회 울렸다.
지난 3일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폭탄에 증시가 휘청이며 VI가 301회 발동됐다. 4일보다는 적지만, 지난달 일평균 VI 발동 횟수인 298.2회를 웃돌았다.
한편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한층 걷힌 만큼 향후 증시는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노출된 악재는 더 이상 시장의 변수가 아니다. 밸류에이션(평가가치) 확대로 코스피 상승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관세 우려가 상존해 증시 상단은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더라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아직 까지는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 증시는 상승 모멘텀이 제한된 약보합 장을 시현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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