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개월 동안 전례 없는 ‘탄핵 특수’를 누려온 보수 유튜버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기점으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 관련 가짜뉴스를 미끼 삼아 조회수를 올릴 수 없는 데다 생중계 무대가 될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도 향후 개최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이들은 12·3 비상계엄 이후 폭발적 관심을 받으며 이른바 ‘슈퍼챗(현금 후원)’ 수익 상위권을 점령해왔다. 다만 추후 조기 대선이 정치 유튜버들에게 새로운 수익 창출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특수를 기대하는 이들도 많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업체들이 혐오 표현을 쏟아내며 사회 갈등을 격화시키고 있는 정치 유튜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4일 서울경제신문이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의 슈퍼챗 수입 순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상위 20위에 오른 채널 가운데 55~75%가 정치 관련 채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안 가결 투표가 이뤄진 지난해 12월,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서부지법 난동 사태가 발생한 올 1월에 상당한 ‘탄핵 특수’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상위 채널 20개 중 15개(75%)가 정치 채널이었다.
수익 규모도 억 단위를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보수 성향 ‘신의한수’는 한 달 만에 1억 2000만 원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신의한수는 윤 전 대통령 체포 영장이 발부된 1월 7일 라이브 방송으로 하루 동안 약 1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2~3월에는 정치 유튜버들의 수익이 최대 4000만 원대로 떨어지고 20위 안에 든 채널 수도 각각 11개, 12개로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비중으로 보면 절반이 넘는 세를 과시했다.
이처럼 정치 유튜버들의 수익이 크게 뛴 이유는 계엄·탄핵 국면에 접어들며 생생한 현장 중계 및 정국 분석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과 전년 동월을 비교해 보면 상위 20위 내 정치 채널의 비중이 3개에서 15개로 5배 급증했다. 후원 규모 역시 1년 전에는 최대 2000만~3000만 원 선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정치 유튜버들이 더 많은 관심을 끌기 위해 구독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방향에 맞춰 가짜뉴스를 퍼뜨리거나 고의적으로 물리적 충돌을 유도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광장 집회에서 상대 진영에 거친 혐오 표현을 사용하거나 몸싸움을 벌이며 사회 분열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탄핵 선고일이 다가오며 정치 유튜버들의 돈벌이가 이른바 ‘끝물’에 다다르자 더욱 과격해진 언사를 쏟아내며 경찰과 시민과의 충돌을 유도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탄핵을 반대하는 유튜버 A 씨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찰을 팔꿈치로 가격하고 넘어뜨려 체포됐으며 이달 2일에는 또 다른 보수 유튜버 B 씨가 탄핵 촉구 집회에 찾아가 시민들을 폭행해 형사 입건됐다.
이에 경찰은 “선고일 폭력 집회 및 헌재 난입 가능성을 고려해 다수의 유튜버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불법 사항을 발견하는 즉시 제지 가능하도록 대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행히 이날 헌법재판소, 한남동 관저 등 서울 곳곳에 포진했던 보수 유튜버들이 파면 직후 사기를 잃고 줄줄이 철수하며 큰 무력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기 대선을 계기로 보수 유튜버들이 재차 극우층 결집에 나설 수 있는 만큼 플랫폼 차원에서 과도한 언행에 대한 제어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유튜버들이 증폭시키는 가짜 뉴스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표현의 자유도 있기에 아예 방송을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다만 명백한 허위 정보로 선동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슈퍼챗 기능 중단처럼 ‘돈줄’을 끊어버리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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