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총장들이 새 정부를 향해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대학 자율성을 확대하도록 하는 정책이 가장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디지털 대전환 추세에 발맞춰 대학 내 인공지능(AI) 관련 교육도 늘어나는 가운데 재정 부담이 증가하는 만큼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 및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앞서 4월 30일~ 지난달 27일 192개 회원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응답률 77.1%)를 18일 공개했다.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 총장들의 주된 관심 영역 1위는 정부·지자체 등의 재정지원사업(79.1%, 117명)이었다. 2위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 및 교육’(60.8%, 90개교)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전년 대비 8.1%포인트 상승해 기존 2위였던 ‘신입생 모집 및 충원’을 제치고 2023년 설문조사 이후 처음 2위에 올랐다.
이는 대학 다수가 신입생 수 감소 및 만성적인 재정 악화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등록금 인상이 자유로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데 주목한 여파로 풀이된다. 앞서 올해 1월 발표된 설문 조사에서도 국내 대학 10곳 중 7~8곳이 향후 5년간 재정 상황이 현재보다 나빠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또한 올해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103개교로 전체 응답 대학의 69.6%를 차지했다. 등록금 인상 대학이 우선 집행 또는 집행을 계획한 분야로는 '학생을 위한 다양한 시설 및 공간 지원(신설 또는 리모델링)'이 1순위로 꼽혔다. '첨단 교육시설 확충 및 개선'과 '노후 시설 보수'가 그 뒤를 이으며 학생의 학습·생활환경 개선이 가장 먼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새 정부를 향해 바라는 정책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부 재정 지원보다도 ‘대학 운영 자율성’이 더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등교육 발전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제안과 관련해 가장 많이 꼽힌 것은 ‘대학 운영(학사·입학·정원·교원·회계 운영 등) 자율성 확대(49개교)였다. 그 뒤를 ‘법에 기반한 고등교육 정부 투자 확대(43개교)’가 이었다.
또한 ‘디지털 대전환 및 사회 변화에 따른 교육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답한 대학도 25곳(5위)이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고등교육 디지털화 촉진을 위한 별도 재정 항목을 마련하여 관련 인프라, 공동 교육 플랫폼, 공동 R&D, 인재 양성, 교원 등에 대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국내 대학 10곳 중 7곳은 AI 교육 확대 등 디지털 대전환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 대학 가운데 73%(109개교)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디지털 대전환에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대규모 및 국공립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반면 시도단위 대학과 소규모 대학은 대응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였다. 대응 수준은 각각 국공립대 81.3%, 사립대 71.6%, 대규모 대학 94.9%, 중규모 77.1%·소규모 대학 57.4% 였다. 대응이 미흡하거나 하지 않는 이유로는 79.5%가 '재정 및 투자 여력 부족'을 들었다. 또한 대학 내 AI 활용 사례로는 '생성형 AI 관련 수업 개설'과 '챗봇'이 각각 48.0%로 가장 많았다.
이날 양오봉 대교협 회장은 “국가경쟁력 제고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 하는 대학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율성 확대와 안정적 재정을 기반으로 한 혁신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격변하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인재 양성을
위한 정부의 전략적 투자와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