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30일 거래 정지됐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주성코퍼레이션이 5년 만에 거래가 재개되자마자 장 중 상한가를 기록했다. 상장폐지 직전까지 내몰렸으나 적극적인 사업 개편과 투자자 보호 대책으로 부활한 것이다. 투명경영위원회 운영과 최대주주 지분에 대한 3년 보호예수 등 약속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지키지 못할 경우 이의 없이 상장폐지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결과라는 평가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권 매매 거래 정지가 해제된 첫날 주성코퍼레이션은 시초가 1185원 대비 21.77% 오른 144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26.8%나 급락했으나 이내 상승 전환해 잠시 상한가에 도달했다. 다만 2020년 3월 30일 거래 정지 전날 주가(4100원)보다는 낮다.
통신 및 방송 장비 제조업과 운송 주선업(포워딩)을 하는 주성코퍼레이션은 컨버즈에서 사명을 변경한 회사다. 2015년 한때 주당 21만 2520원까지 상승했던 종목이지만 당시 주력이었던 제지 사업 침체 등으로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을 겪더니 결국 2019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 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상장 지 이의 신청, 상장 공시 심의, 개선 계획 이행 내역서 제출 등 상장을 유지하기 위한 갖은 노력 끝에 1822일 만에 거래가 재개됐다.
한국거래소는 2022년 11월에는 상장폐지를 결정했으나 이번에는 상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최근 기업 적시 퇴출을 강조하면서 내년부터 상장폐지 요건을 대폭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최장 거래 정지 기업이 살아 돌아온 자체가 기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성코퍼레이션이 상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자본잠식을 해소한 이후 지속적인 사업 개편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68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7.5%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38억 원으로 거래 정지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물류업 등 신규 진출한 사업에서 성과를 거둔 데다 적자 사업도 점차 줄었다. 특히 2023년 12월 최대주주가 된 비앤피주성과 해운 부문에서 시너지를 냈다는 평가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주성코퍼레이션이 거래 재개와 함께 발표한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경영 개선 계획이다. 먼저 사외이사를 1명에서 5명으로 늘리면서 회계사 1명, 변호사 4명 등으로 전문성을 강화했다. 이 가운데 3명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추천으로 독립성까지 챙겼다.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투명경영위원회 등도 설치한다. 금융 당국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제시한 항목들을 최대한 준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최대주주 지분 3년간 보호예수로 강력한 투자자 보호 장치를 뒀다. 회사는 외부 법무 법인을 통해 경영 개선 활동과 내부통제를 지속 점검 받기로 했다. 해당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상장 심사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거짓으로 말했다며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받고 이의 제기하지 않고 상장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거래가 정지됐던 중소형주가 재무제표를 개선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조해 거래가 재개된 것은 국내 증시에서 보기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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