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028300)가 개발 중인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또 불발됐다. HLB는 FDA 재심사 신청을 연내 완료하고 유럽의약품청(EMA) 품목허가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두 번째 FDA 승인 불발 소식에 11개 그룹주가 일제히 급락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3조 3000억 원가량 증발했다.
HLB는 21일 FDA로부터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고 밝혔다. HLB가 FDA로부터 이 사안과 관련해 품목허가 보류를 통보받은 것은 지난해 5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회사 측에 따르면 FDA는 이번에 중국 항서제약 공장의 제조품질관리(CMC)와 관련해 보완을 요청했다. 지난해 1차 보류 당시에는 CMC 문제와 임상현장실사(BIMO)를 이유로 들었지만 이번에는 CMC 문제 하나만을 지적했다. 한용해 HLB 최고기술책임자(CTO)는 “FDA는 이번 생산시설 실사 당시 △미생물 오염 방지 위한 멸균 프로토콜 △품질 보완 위한 육안 검사 절차 △컴퓨터 시스템 자동화 등 세 가지를 지적했다”며 “내부적으로는 멸균 문제가 가장 클 것으로 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미흡했는지 FDA와 소통한 뒤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서제약은 2~3주 뒤 FDA로부터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답신을 받아 HLB에 해당 내용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HLB와 항서제약은 FDA가 지적한 문제를 보완해 1개월 내 재심사 신청을 완료할 계획이다. FDA가 이를 ‘클래스1’로 분류하면 접수일로부터 2개월, 클래스2로 분류하면 6개월 이내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HLB와 항서제약이 5월에 재심사를 접수할 경우 이르면 7월, 늦어도 11월에는 FDA의 결론이 다시 나오는 셈이다.
진양곤 HLB 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 5월께 세 번째 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악을 생각하더라도 클래스1이 나올 것이라 본다”며 “계획대로라면 올 7월에는 FDA가 품목허가 재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암을 적응증으로 유지한 채 올 9월에 유럽 허가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중 갈등의 영향으로 허가를 받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최근 2~3년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약물이 줄줄이 FDA 승인을 받았다”며 “미중 갈등의 영향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항서제약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사격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리보세라닙에 대한 FDA 허가가 불발됐다는 소식에 이날 HLB 그룹주 11개 종목은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HLB·HLB제약(047920)·HLB생명과학(067630)은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했다. HLB그룹주 전체 시가총액도 전날 12조 1524억 원에서 이날 하루에만 3조 3259억 원이 사라지며 8조 8266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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