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리고 거센 바람이 분 18일. 경기도 포천시 가산면 가산체육문화센터는 궂은 날씨에도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주민들로 붐볐다. ‘농촌 왕진버스’에서 의료지원을 받기 위해 포천시 소흘읍 어르신 350여 명이 단체로 이곳을 찾았다.
농촌 왕진버스는 보건·의료 취약계층인 농촌 주민들을 대상으로 응급의료 취약지역과 분만 취약지역 등에 직접 찾아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의료단체·병의원 등과 협업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농촌에 거주하는 만 60세 이상 주민이라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농촌 지역은 고령화율과 유병률이 도시보다 높지만 교통과 의료 접근성은 낮아 적시에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농촌 유병률은 34.5%로 도시(24.8%)에 비해 높다. 반면 군 단위 지역의 의료기관 수는 2023년 1월 기준 6097개로 국가 전체의 8%에 불과하다.
병원을 가기 힘든 농촌 어르신들에게 동네에 찾아와 진료를 해주는 왕진버스는 반가운 존재다. 왕진버스의 진료 분야도 양·한방, 치과, 검안·돋보기, 물리치료 등 다양하다. 이·미용과 네일아트 서비스도 제공한다.
실제 이날 왕진버스 현장에서 수액을 맞고 있던 임정혁(76)씨는 “평소에 병원에 가려면 서울까지 마음 먹고 나가야 한다”며 “근처에는 병원이 한 군데밖에 없는데 직접 와서 진료해 주시니 편하고 좋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소에 눈이 좀 침침했고 당뇨 검사도 할 겸 왔다”며 “안과 검진도 받고 이것저것 다 검사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들은 봉사활동을 신청해 이 곳을 찾았다. 이날 진료 시작 전 예진을 맡은 백석대학교 4학년 학생 한지우 씨는 “의료봉사활동에 지원해 뽑혀서 오게 됐다”며 “시설이 체계적으로 잘 구축돼 있어서 봉사하기도 편하고 식사 제공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포천 지역 병원인 ‘우리병원’에서 봉사를 나온 치과의사 김희균(34) 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봉사를 하게 됐다”며 “작년엔 검진 위주로 진행됐다면 올해는 스케일링처럼 간단한 진료도 가능하도록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9만 1000명을 대상으로 왕진버스를 제공했고 올해는 15만 명에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총 91개 지자체에서 왕진버스 서비스를 신청한 상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신청이 들어온 지역에 대해서는 왕진버스를 모두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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