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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경쟁력으로 승부보는 KB…이자·수수료 수익 성장 꾀한 우리

◆4대 지주사 재무제표 보니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 토대

KB금융 이자·수수료마진율 46% 달해

우리금융 이자·수수료 증가율 7.2%

4대지주 투자수익률 1% 안팎 불과

연합뉴스




국내 4대 금융그룹 가운데 KB금융지주의 원가·노동 경쟁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지주는 노동생산성은 부진했지만 이자·수수료 수익 성장률은 가장 높았다. 다만 대형 금융사 모두 지난해 41조 원이 넘는 이자 수익을 올리면서도 투자 경쟁력은 뒷걸음질치고 있어 새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은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의 자문을 받아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결 기준 감사보고서를 분석해 각 사의 △노동 △판매 △원가 △위험관리 △투자 △시장 경쟁력을 조사했다.

그 결과 KB금융은 원가·노동·판매 경쟁력이 준수했다. KB의 지난해 원가 경쟁력은 46.4%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았다. 원가 경쟁력은 순이자이익과 순수수료 이익을 이자 수익과 수수료 수익을 더한 금액으로 나눈 것이다. 높을수록 이자·수수료에서 마진율이 우수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종업원 급여 대비 영업이익을 뜻하는 노동 경쟁력도 1.9배로 하나(1.85배), 신한(1.74배), 우리(1.55배)를 웃돌았다.

이는 넓은 영업망을 바탕으로 요구불예금과 같은 저원가성 예금을 적극 유치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KB의 예수부채(고객들이 금융기관에 맡긴 예적금) 중 원화 요구불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5.9%로 신한(31.8%)과 하나(4.9%)에 비해 훨씬 높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자가 얼마든지 꺼내 쓸 수 있는 예금으로 대표적인 저원가성 예금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의 영업 점포 수(2024년 9월 말 기준)는 798곳으로 신한(708곳), 우리(684곳), 하나(602곳)보다 많다. KB금융지주의 전체 예적금(예수부채) 역시 지난해 말 기준 436조 원으로 금융지주 중 가장 많다.

이러다 보니 KB금융의 판매 경쟁력(일반관리비 차감 전 영업이익 대비 일반관리비)은 46.3%로 나타났다. 신한(48.6%)과 하나(48.3%), 우리(51.2%)와 비교하면 2~5%포인트가량 낮은 수치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관리 비용 대비 이익률이 높다는 뜻이다. 인건비 대비 생산성이 높을수록 판매 경쟁력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도 있다. 금융지주사의 일반관리비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가량이다.

KB의 순이자마진(NIM)은 2023년 말 2.08%에서 지난해 말 1.98%로 하락했지만 1.6~1.8%대인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한 배경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대 교수는 “대출 총량 규제를 고려하면 이자이익 의존도가 큰 금융지주사 입장에서 저원가성 예금 비중 관리가 중요한 과제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금융의 노동 경쟁력은 1.55배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았다. 이는 KB와 정반대의 이유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가 관리하는 예적금 중 원화 요구불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NIM도 1.66%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았다.

증권·보험 등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도 이유로 거론된다.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90%가 넘는다. KB의 은행 의존도가 60% 수준으로 업권에서 가장 낮은 것과 대비된다. 우리금융이 최근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과 우리투자증권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취약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만 우리금융의 이자·수수료 수익 증가율은 7.2%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가팔랐다. KB의 이자·수수료 수익 성장률이 4.2%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은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비교적 마진율이 높은 수수료 수익의 성장률(12%)이 이자수익(6.6%)보다 높다는 점도 우리금융 입장에서 긍정적인 대목이다. 우리금융의 이자·수수료 수익 원가 경쟁력(44.1%)이 신한(42.1%)이나 하나(40.5%)보다 좋았던 배경으로 풀이된다.

전체 이자수익에서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위험관리력)은 하나가 2023년(6.7%)에 이어 2024년(5.1%)에도 가장 낮았다. KB(10.8%→6.7%), 신한(8.1%→6.9%), 우리(9.2%→7.8%) 역시 전년보다 위험관리력 지표가 내림세를 보였다. 다만 금융사들이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을 높게 잡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이자이익 수준과 비교하면 대체로 신용 위험을 보수적으로 잡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고 해석했다.

4대 지주에서 공통적으로 투자수익률이 낮게 나타난 것은 숙제다. 지난해 각 금융지주사의 금융·투자자산의 자산 대비 순익은 0.7~1.5% 수준에 불과했다. 대출채권 대비 이자이익률이 2.2~2.7%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이자 장사에 쏠려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정 교수는 “4대 지주의 이자·수수료 마진율은 전반적으로 40%를 넘는다”며 “금융회사라면 투자수익률이 높은 것이 더 바람직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금융 당국의 규제를 바탕으로 금융지주사 과점 체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에게 저렴한 예금이자를 지급하고 기업들에 고액 대출을 내주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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