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감독 당국이 정치 불확실성을 이유로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선출을 뒤로 미룰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예금 보호 한도 상향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부의 개입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제20대 저축은행중앙회장을 뽑기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전날 첫 회의를 열고 후보 모집과 절차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추위는 이달 말께 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을 뽑을 계획이다. 총회가 열리면 79개 회원사가 각각 1표의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과반수 투표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회장이 선출된다.
오화경 현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지난달 16일 임기가 끝났다. 정상적이라면 임기 종료 전에 새 회장을 선출했어야 하지만 관련 작업이 계속 늦어졌다. 회추위만 해도 지난달 20일 저축은행 대표 4인과 외부 전문이사 2인, 전직 중앙회장 1인 등 7명으로 뒤늦게 구성됐다. 당시 이사회는 5인의 선거관리위원회도 함께 만들었다.
지금까지 중앙회는 관례적으로 선거일 기준 30~40일 전에 회추위와 선관위를 구성하고 선거일 2주 전에 후보 공고를 냈다. 출마를 희망하는 후보자는 선거 7일 전까지 지원했다. 제18대의 경우 2018년 12월 12일 회추위를 구성했고 40일 뒤인 2019년 1월 21일 선거를 했다. 19대는 2022년 1월 21일 회추위를 구성하고 27일 만인 2월 17일 선거를 실시했다.
저축은행 업계 안팎에서는 차기 회장 선출이 늦어진 데는 당국의 입김 때문이라는 해석이 흘러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국에서 새 회장 선정 작업을 늦추고 싶어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달 말 선거도 일정이 빠듯하다. 이대로라면 한동안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당국이 회장 선거에 간섭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 추천이나 임명이 필요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 자체적으로 선거를 하고 회장을 선택하는 구조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선 뒤 관 출신 인사들을 보내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관치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 자체적으로 회장을 뽑으려고 해도 당국 눈치 때문에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차기 회장에 관심이 있는 전직 고위관료가 있다는 얘기가 기정사실로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 당국은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감독 당국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중앙회장에 굳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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