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에 따른 경제 둔화 우려로 미국 증시가 내림세를 보이는 가운데 동일 가중 상장지수펀드(ETF)가 우수한 방어력을 입증하고 있다. 올 들어 미국 증시가 시가총액이 큰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 위주로 주가가 빠진 탓에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빅테크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위험도 높은 투자는 지양하라고 권고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내 편입 종목을 동일한 비율로 투자하는 ‘TIGER 미국S&P500동일가중’은 올 들어 0.7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동일한 기초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S&P500’ ETF가 기록한 -2.40%의 수익률을 3%포인트 이상 앞서는 수치다.
시총이 클수록 종목 편입 비율을 높이는 일반 지수형 ETF와는 달리 동일 가중은 기업 크기와 무관하게 모든 종목을 같은 비율로 편입한다. 일반 ETF가 시총 비중이 10%인 종목을 10%의 편입 비율로 똑같이 담는다면 동일 가중 상품은 500개 종목을 모두 0.2%씩 균등하게 담는 식이다.
동일 가중 ETF는 지난해 빅테크 위주의 상승장에서 상대적으로 아쉬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들어 미국 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7(M7)’의 주가 상승세가 꺾이며 상황이 뒤바뀌었다. M7 주가는 고점 부담 속에 중국 ‘딥시크(DeepSeek) 쇼크’ 여파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 M7 주가는 6.51% 하락하며 S&P500 수익률을 밑돌았다.
M7이 부진하자 동종 상품 대비 기술주 편입 비중을 높여 잡으며 공격적인 투자에 임했던 ‘TIMEFOLIO 미국S&P500액티브’ ETF는 올 들어 8%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한 해 동안 65%의 수익률을 올려 동일 유형 상품 대비 20%포인트 초과 수익률을 달성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M7이 조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투자 자금은 지난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지 못한 나머지 493개 종목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 S&P500 편입 종목 중 M7을 제외한 나머지 493개 종목은 올 들어 4.60% 수익률을 기록하며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분산 투자에 임할 것을 조언하며 위험도가 큰 레버리지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빅테크 단일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을 피하라고 강조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테슬라 단일 종목과 함께 레버리지 ETF에 함께 투자하는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는 올 들어 30%에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상장된 주식형 ETF 중 최하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쇼크를 계기로 AI 대규모 투자 추세가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특정 업체 또는 테마에 대한 집중은 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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