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 4년 동안 베어마켓(약세장)을 이어오다 최근 홍콩 시장과 중국 기술주들을 중심으로 주가 반등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적어도 3~6개월 동안에는 랠리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전종규 삼성증권(016360) 글로벌투자전략팀 수석연구위원은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의 육성 산업인 인공지능(AI)·반도체·로봇을 위시한 테크주(기술주)의 빅 사이클(대세 상승기) 기대가 강력한 투자 테마로 부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딥시크발(發) 중국 AI 및 정보기술(IT) 경쟁력 강화에 대한 시장 기대가 주가를 견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5년 동안 중국 시장을 연구해온 전 수석연구위원은 증권가에서 누구보다 중국 시장에 정통한 ‘중국통’으로 꼽힌다.
부동산 버블 붕괴, 경기 침체 우려로 장기간 약세를 보여왔던 중화권 주식시장은 지난달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신규 추론 모델(R1) 공개를 전후로 반등세다. 국내 투자자들도 이달 초 이후 지난 21일까지 중국 증시에서 1억 2085만 달러(약 1728억 원)를 순매수했다. 월별 기준 2023년 11월 이후 15개월 만의 순매수였다. 전 수석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들의 본격적인 매수세는 랠리가 더 진행된 뒤에야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 수석연구위원은 테크주를 중심으로 한 중국 증시 반등 배경에 중국 정부의 정책적 주가 부양 기대감이 자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장은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발표될 중국의 재정 부양 및 금융 시장 안정화 조치를 주목하고 있다”며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로봇·반도체·자율주행·AI·우주항공 등에 국가적 자원을 투입하는 거국체제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전 수석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딥시크 출시 후 중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홍콩 시장과 중국 기술주들을 중심으로 주가 반등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 주식의 강세 배경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트럼프 이슈의 선반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중 분쟁 격화가 예고되면서 상해 증시와 홍콩 증시는 연초 2주일간 각각 5.6%, 6.8%의 주가 조정이 진행됐고, 환율 또한 달러당 7.38위안으로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것이 최근의 관세 이슈를 선반영했다.
둘째, 중국 정부의 정책적 주가 부양 기대감이다. 미중 분쟁이 재개되면서 정부 정책 기대감이 높아졌다. 시장은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발표될 중국의 재정 부양 및 금융 시장 안정화 조치를 주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테크주 테마다. 딥시크 출시를 계기로 중국 AI, IT 경쟁력 강화에 대한 시장 기대가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중국 정부의 육성 산업인 AI, 반도체, 로봇을 위시한 테크주의 빅사이클 기대가 강력한 투자 테마로 부상한 것이다.
변동성은 있겠지만 적어도 3~6개월의 랠리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개인 투자자들의 본격적인 매수세는 랠리가 더 진행된 뒤에야 들어올 것.
-이른바 '관세 전쟁'도 중국 증시 랠리에 아직 큰 악재로 작용하진 않았는데
△사실 중국에 대한 10% 추가 관세 부과는 예상하던 수준이었다. 물론 높아진 관세에 따라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강력한 테마로 부상한 테크주들은 '첨단 기술의 국산화'라는 정책적 목표에 따라 주목을 받고 있다. 애초에 타켓 시장이 중국 내수 시장이기 때문에 관세 전쟁 여파에서는 한 발짝 비껴서 있다.
-테크주 투자가 단기 과열 상태라고 보진 않나
△물론 올 초부터 항셍테크지수가 20% 이상 급등했기 때문에 단기적인 차익실현물량이 출회될 수 있다. 특히 3~4월은 중국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테크주 사이클은 추세적으로 주목해야 한다. 일각에선 딥시크의 출현을 '쇼크'라고 부르지만 이는 중국의 산업구조재편이라는 장기적 변화의 흐름에 기인한다. 2년 전 챗GPT 사용자가 1억 명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던 때부터 M7은 2년 정도 강세를 보였다. 중국은 지난 4년 동안 베어마켓이었다가 이제 올라오고 있는데 변동성은 물론 있겠지만 중국의 산업 패러다임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중국 테크주 랠리는 미국의 오픈AI 등장으로 시작됐던 'AI 랠리'의 확장판이라고 봐야한다. 혁신 기업의 부상, 정부 정책의 전환,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등 세 가지 요인이 결합한 현상이다.
우선 딥시크를 기점으로 중국 첨단 기업의 성과가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춘절(중국 음력설) 때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 유니트리가 선보인 로봇 댄스 공연도 중국의 피지컬 AI(로봇이나 자율주행차 등의 실물 하드웨어에 탑재하는 AI) 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두 번째 요인으로는 중국의 민간 기업에 대한 태도가 '규제와 감독'보다는 '지원과 육성'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7일 시 주석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과 악수하는 모습에서 중국 정부가 '마윈 사태'에서 벗어났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세 번째,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제조업이 고도화하며 산업 재편 구간으로 진입하고 있다. 중국은 미중 분쟁과 팬데믹 이후 자본과 인적자원을 ‘기술개발과 혁신기업’에 투입하는 거국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중국은 반도체, 첨단 로봇, 자율주행, AI, 우주항공, 바이오 등 부문에 총력적인 기술 격차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중학개미들이 앞으로 주목해야 할 중국 내 이벤트는
△3월 양회와 미중 분쟁이 주식 시장의 가장 중요한 변수다. 중국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국면이다.
양회에서는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에도 위안화 환율과 주식 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선제적이고 강한 부양 패키지의 필요성이 오히려 감소한 때문이다.
시장 전망으로는 약 10조 위안 내외의 재정 부양을 3월 양회에서 발표한 뒤 대중국 압박 강도와 금융시장의 영향을 모니터링하면서 미중 협상과 부양정책 강도를 강화하는 후행적인 정책대응이 예상된다.
현재로선 평화로운 미중 협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수단으로 미국의 안보 강화와 글로벌 통상구조 재편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과의 통상합의를 위한 수단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중 분쟁의 강도와 정책대응을 주목해야 한다. 본토 증시와 홍콩 주식시장은 3월 양회 전후로 '트럼프 변동성' 에 노출될 것이다. 트럼프 취임 초기 100일이 중국 증시의 변동성 구간으로 중국 정부의 정책대응, ‘경기부양 강화’와 ‘미중 협상 복귀’가 이루어진다면 주식시장과 환율은 안정세를 회복할 것으로 판단한다. 중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가격 매력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대응의 기본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트럼프발 변동성 확대 및 주가 하락은 단기 바닥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
-개인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 투자 전략을 어떻게 짜면 좋겠나
△앞서 설명했던 내수주와 테크주에 더해 홍콩 시장을 키워드로 가져가길 조언한다. 홍콩 증시는 여전히 기업 밸류에이션이 비싸지 않다. 그리고 과거 홍콩 증시를 뒷받침하다 빠져나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자리를 중국 본토의 차이나 머니가 채우고 있다. 전체 거래액에서 강구통(港股通·상하이와 선전거래소를 통한 홍콩 주식 거래)으로 들어오는 액수가 지난해 말 32%를 돌파했고 올해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정책 수혜주는 내수 부양과 첨단제조에 집중될 전망이다. 경기민감 섹터(증권주·가전·전기차 밸류체인)와 중장기 AI 테크 빅사이클(반도체·AI·로봇·자율주행) 포트폴리오가 유망하다. 적극적인 중국 투자를 꺼리는 투자자들이라면 중국 투자는 미국으로 과도하게 쏠렸던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는 측면에서도 고려할 만하다.
중국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정책의 방향성을 확인하는 것과 매크로 위험에 대한 관리다. 중국 증시에 투자하려면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을 발굴하려 하기보다는 중국판 매그니피센트(M7)’라고 불리는 비야디·텐센트·메이투안 등 유명한 기업들에 분산 투자하거나 항셍테크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권한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위험이 사라지지 않았고 중국 주식시장은 미흡한 감독 체계, 불투명성, 낮은 개방도 등 여전히 신흥시장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중국 디플레이션 환경과 구조적인 부채 위험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었고 제조업 공급과잉, 지방정부 부채 위험을 제어하기 위해서 향후 3년에 걸쳐서 강력한 부채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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