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식품기업 상당수가 지난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율과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부담이 커진 가운데 내수 침체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내수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타격이 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097950)과 농심(004370) 등 주요 식품기업들이 지난해 매출은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줄어들며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 식품 부문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11조 35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0.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6550억 원에서 6200억 원으로 5.3% 줄었다.
롯데칠성(005300)은 매출이 24.8% 늘었는데도 영업이익은 12.1% 줄었다. 농심 역시 매출은 0.8%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23.1% 감소했다. 롯데웰푸드(280360)는 영업이익이 11.3% 줄어들며 매출(-0.5%) 대비 감소세가 컸다. 다음달 실적 발표가 예정된 오뚜기(007310)의 경우 매출은 1.7% 늘어나지만 영업이익은 5.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요 식품기업들이 수익성이 이처럼 악화된 원인으로는 늘어난 원가 부담과 내수 시장 침체가 꼽힌다. CJ제일제당 식품 부문의 경우 지난해 해외 매출은 3.6% 증가했으나 국내는 1.8% 줄었다. 롯데웰푸드 역시 해외 매출은 1.2% 증가한 반면 국내 매출은 17.4% 감소하면서 실적을 끌어내렸다. 농심 역시 중국과 기타 지역에서 영업이익이 각각 27.0%, 62.8% 증가했음에도 국내에서의 영업이익이 무려 37.7%나 꺾였다. 롯데칠성의 음료 부문 내수 매출도 2.8% 줄어 7.3% 늘어난 수출과 대조를 보였다. 롯데칠성은 주류 부문에서도 내수는 0.8% 증가에 그친 반면 수출은 4.8% 늘었다.
문제는 올해도 이 같은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해외에서의 K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호실적을 보인 곳은 삼양식품 등 일부 기업에 불과할 뿐, 대다수는 늘어난 원가 부담과 내수 침체의 벽에 부딪혀 시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결국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은 곳들만 실적 호조를 보였다”면서 “해외 시장의 경우 규모의 경제로 인해 원가 부담이 적은 데다 비용 인상에 따른 가격 조정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낫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 변동에 대비해 지난해 미리 비축해둔 원재료도 소진돼 올해부터는 원가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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