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때 연금저축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를 활용하는 투자자가 많다. 절세 혜택을 누리면서 다양한 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동시에 노후 소득원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 ETF에서 발생한 매매차익과 분배금을 모두 배당소득으로 과세한다. 하지만 연금 계좌를 활용하면 해외 ETF 투자에서 얻은 수익에 부과되는 세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다. 연금 계좌에서는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찾아 쓸 때까지 과세하지 않는다. 그리고 운용 수익을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면 연금 소득세가 부과된다. 연금소득세율은 3~5%로 배당소득세율(14%)보다 낮다. 게다가 매년 저축한 금액 중 최대 900만 원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이러한 절세 혜택 덕에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연금 계좌를 활용해 해외 ETF에 투자를 하는 사람이 느는 추세였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부터 펀드의 외국 납부세액에 대한 과세 방법을 변경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종전에는 해외에서 배당과 이자를 수령하며 원천 징수당한 세금이 있으면 국세청이 해당 세금을 펀드에 먼저 환급해 줬다. 그리고 실제 펀드에서 수입이 발생하는 시기에 세금을 부과했다.
연금 계좌에서 해외 ETF에 투자하는 경우 해외 배당과 이자 소득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인출할 때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자산을 불릴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외국 납부 세액 선 환급 제도가 폐지되면서 과세이연에 따른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됐다. 이중과세 논란도 제기됐다. 이전에는 해외에서 이자와 배당을 수령할 때 세금을 냈는데 변경 이후부터는 연금 계좌에서 인출할 때 연금소득세를 또 내야 한다.
정부에서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 납부세액 공제 등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고 하니 해당 사항은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해소까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문제는 외국 납부세액에 대한 과세 방법 변경으로 과세이연에 따른 절세효과가 얼마만큼 줄어드는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에 답하려면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 중 무엇이 원천징수 대상인지 알아야 한다.
해외에서 주식 배당과 리츠 분배금을 지급할 때 소득세를 원천징수 한다. 미국 채권에서 이자를 지급할 때도 세금을 원천징수 한다. 하지만 미국 외 채권 이자와 옵션 프리미엄은 해외 원천징수 대상 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해외 주식과 채권 매매차익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해외 원천징수 세금이 없는 미국 국채 ETF 투자자는 계속해서 과세이연에 따른 절세혜택을 누릴 수 있다. 분배금 재원 중 상당 부분이 옵션 프리미엄인 커버드콜 ETF와 배당소득 대비 매매차익 비중이 큰 주식형 ETF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배당 소득이 많은 주식형 ETF의 경우 과세이연 효과가 일부 줄어들 수 있다. 해외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이연 효과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연금 계좌에 주어지는 다른 절세 혜택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므로 노후 자금 투자를 멈출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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