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국회에 조속한 연금 개혁 합의를 촉구하면서 ‘더 내고 덜 받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여야가 이달 개막한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연금의 내는 돈과 받는 돈 비율을 먼저 재조정하는 모수 개혁부터 우선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정부가 소득보장론보다 재정안정론에 힘을 실은 것이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연금 개혁”이라며 “국민연금이 지금처럼 운영된다면 2041년에 적자로 전환되고 2056년에는 기금이 완전히 소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누구도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국민연금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더 내고 덜 받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라며 “국회에서 하루속히 합의안을 도출해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0%에서 42%로 하되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연금 개혁안을 내놓은 바 있다. 2003년 국민연금 개혁이 추진된 후 21년 만에 공개한 정부 단일안으로 더 내고 덜 받는 안으로 평가됐다.
여야는 월 급여에서 떼는 돈의 비율인 보험료율을 13%로 상향하는 데는 이견이 크지 않다. 문제는 은퇴 전 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인 소득대체율과 자동조정장치다. 여야는 정부안보다 높은 소득대체율 43~45% 선에서 줄다리기를 했으나 21대 국회에서는 끝내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됐다.
당시 양측은 소득대체율 44% 선까지 이견을 좁히기는 했다. 그러나 출산율·기대수명·경제성장률 등 인구·경제 변화에 맞춰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에는 찬반이 엇갈린다. 일본·핀란드·독일·스웨덴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중 24국은 자동조정장치를 두고 있다.
정부는 향후 구조 개혁이 담보된다면 모수 개혁이라도 더 늦기 전에 처리하는 게 낫다고 본다. 연금 개혁이 지연되면서 하루 885억 원, 한 달 2조 7000억 원의 국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역시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2월을 연금 개혁의 골든타임으로 여기고 있다. 다만 논의 주체와 범위 등을 놓고 기싸움이 여전하다.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모수 개혁만 한다면 기금 고갈 시점이 고작 8년 정도 늦춰질 뿐”이라며 “연금 개혁은 기본 틀부터 바꿔야만 50년·100년을 지속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더 이상 불가능한 조건을 붙이지 말고 시급한 모수 개혁부터 매듭지으면 좋겠다”며 “당장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개혁의 물꼬를 틔워보자”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한 국민들은 ‘더 내고 더 받는’ 개혁 방향을 선호했다”며 “최 권한대행이 더 내고 덜 받는 기조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와 그간의 국회 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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