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업체 딥시크발 충격으로 한국 증시가 단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딥시크가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오픈AI의 챗GPT에 맞먹는 성능을 갖췄다는 소식에 뉴욕 증시에서 AI 관련 종목들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16.97% 폭락했던 엔비디아가 8.93% 반등하긴 했지만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AI 밸류체인(가치사슬)에 합류한 한국 기업들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30일 증권가에 따르면 상당수 전문가들은 딥시크 충격으로 나흘 간 휴장한 증시가 개장하는 31일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충격은 공포가 공포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라면서 “한국 증시에도 단기 충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등 매그니피센트7(M7·미국 7대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미국이 만들어낸 AI 투자 사이클에 의심을 키우고 흠집을 만들었다”며 “증시가 목요일까지 휴장인 만큼 비껴가길 희망할 정도”라고 했다.
‘딥시크 쇼크’는 딥시크의 AI 챗봇 앱이 미국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에 오르는 등 돌풍을 일으키면서 시작됐다. 딥시크의 AI 모델은 오픈AI 등 미 기업들의 AI 모델에 필적할 만한 성능을 갖췄으면서도 훨씬 적은 비용으로 개발됐다. 외신 등에 따르면 딥시크가 ‘딥시크-V3’ 개발에 투입한 비용은 557만 6000달러(약 78억 8000만 원)로 전해졌다. 그간 빅테크들이 수억 달러를 쏟아부은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으로 평가됐다.
딥시크가 이 같은 성과를 내놓자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업계 주요 인사들은 딥시크의 새 AI 모델이 새로운 AI 분야 혁신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투자가인 마크 앤드리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딥시크 R1은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혁신 중 하나”라며 “딥시크 R1은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고 했다. 스푸트니크 모멘트는 기술우위를 자신하던 국가가 후발 주자의 앞선 기술에 충격을 받는 순간을 가리키는 용어로, 구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린 데서 유래했다.
미국 AI 관련 기업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AI 최대 수혜주인 엔비디아는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하락분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27일(현지 시간) 16.93% 하락한 이후 28일 8.93% 상승했지만 29일 장중 5%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그간 미국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에 수십조 원을 투자해왔는데,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사지 않고도 딥시크처럼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딥시크 쇼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간 엔비디아와 함께 AI 밸류체인을 이룬 만큼 엔비디아의 급락 여파가 한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실제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빅테크들이 AI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급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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