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고환율에 국제유가 상승이 겹치며 국내 휘발유 가격이 다섯 달 만에 ℓ(리터)당 1700원선을 돌파했다. 가뜩이나 식품·외식·화장품 등 생활 물가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가 상승까지 더해져 가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날 ℓ당 1702.3원을 기록한 뒤 이날 1703.4원으로 올랐다. 평균 휘발윳값이 1700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 8월 10일 이후 다섯 달 만이다. 지역별로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은 1772.2원으로, 지난해 12월 14일 1705.5원에서 한 달 만에 4% 가까이 상승했다.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552.7원로, 지난해 12월 19일 1500원대를 넘어선 뒤 연일 상승세다.
달러당 원화 가치 하락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기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8.82달러,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1.01달러를 기록했다. WTI 종가는 지난해 8월 12일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브렌트유도 지난해 8월 26일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국제유가는 지난 10일 미국 정부가 러시아 석유 회사 및 러시아산 석유를 수송하는 유조선 등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이후 공급 감소 우려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국제유가 변동이 통상 2∼3주 가량 차이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당분간 주유소 기름값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 상승은 휘발유(가솔린)·경유(디젤)를 사용하는 자동차 연료비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운송 비용 증가를 의미한다. 산업계에서는 물류업계, 항공업계가 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특히 항공업계는 지난해 말 제주항공 무안 참사와 고환율로 여행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유가 상승으로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연료 비용이 늘어나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러한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는 결국 택배비, 항공료와 같은 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