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도전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25일 만나 인공지능(AI)·과학기술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공감대를 나타냈다. 다만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반(反) 이재명 빅텐트’에 대해서는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이공계 출신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은 한 때 날선 비난을 주고 받는 정치권의 앙숙 관계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대선을 계기로 달라질지 주목된다.
두 사람은 이날 경기 성남시 판교역 앞에서 'AI 기술 패권 시대 대한민국 미래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 행사에 함께 참석했다. 2시간 가까이 한국형 AI개발과 AI기본법, 반도체 산업과 일자리 문제 등 AI 관련 현안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초반에 안 의원은 "정말 제가 존경하는, 이공계에 특화된 정치인 이준석 의원을 환영한다"며 "이공계끼리 앞으로 어떤 기술이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이에 이 의원은 "앞으로 중국과의 과학기술 패권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경쟁의) 방향성을 만드는 데 있어 저나 안철수 의원님같이 이공계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들의 역할이 있지 않을까"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서울 노원병에서 소속 정당을 달리해 맞붙은 것을 시작으로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특히 국민의힘에 함께 소속돼 있던 2023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당시에는 ‘욕설 논란’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이 의원은 안 의원이 후보 지원 유세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막말로 비판해 선거를 망쳤다고 주장했고, 이에 안 의원은 이 의원을 겨냥해 ‘마이너스 3선’이라고 비난하며 당에서 제명하자고 맞붙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 두 사람은 여러 차례 포옹하거나 상대를 치켜세우는 발언 등을 이어가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만남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에 반대하는 연합인 반(反)이재명 빅텐트를 염두에 두고 연대 움직임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두 사람이 ‘반(反)윤석열’을 고리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안 의원은 행사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 의원과의 연대에 대해 "반드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않도록 모든 사람과 힘을 모으는 데 동참할 생각"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이 의원은 "'반명 빅텐트'는 말 그대로 정치공학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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