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난방비 부담으로 보일러 가동을 망설이는 가정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에너지 비용 절감을 위해 난방을 제한할 경우 오히려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윤형진 교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난방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겨울철 심혈관질환 입원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서울의대 휴먼시스템의학과,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경상국립대 정보통계학과, 강북삼성병원이 참여한 공동연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2012년 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전국 16개 시도에서 발생한 심혈관질환 관련 입원 및 사망 사례 595만여 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특히 국내 난방 에너지의 주요 원천인 천연가스 가격 변동과 심혈관질환 발생 간의 상관관계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분석 결과, 천연가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던 2012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의 기간에는 한파로 인한 심혈관질환 입원 위험이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2015년 1월부터 2017년 2월 기간에 비해 1.71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에너지 가격 상승기에 가정에서 난방 사용을 줄였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2022년 겨울 유럽에서는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인한 난방비 부담으로 6만8000여 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윤형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내 적정 온도 유지가 심혈관질환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천연가스 가격이라는 간접 지표를 통해 최초로 입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교수는 "심혈관질환은 국내 사망원인 2위에 해당하는 중대 질환"이라며 "취약계층의 경우 난방비 부담으로 추운 날씨에도 적절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지 못해 건강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에너지 정책 수립 시 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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