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책금리가 크게 낮아진 기간 한국의 중립금리도 평균 0.4%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하를 하게 되면 중립금리 수준을 더 낮춰 추가 인하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BOK경제연구: 한국의 중립금리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중립금리 수준은 -0.2~1.3% 범위로 추정된다. 명목 기준으로는 1.8~3.3%이며 중간값은 2.55%다.
팬데믹 이전 중립금리 추정치는 2000년 1분기 1.4~3.1% 수준에서 2020년 1분기 -1.1~0.5%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팬데믹 이후에는 소폭 상승해 올해 1분기 현재 -0.2~1.3%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연준의 금리 경로에 따라 한국의 중립금리도 함께 낮아지거나,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준의 정책금리가 크게 낮아진 기간에는 대외 변수를 포함하지 않았을 때의 추정 중립금리보다 평균 0.4%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팬데믹 이후 미국의 정책금리가 크게 높아진 기간에는 평균 0.3%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중립금리 형성에 미국의 금리 경로 영향이 최대 0.4%포인트였다는 얘기다.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을 경우 차이 만큼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근거가 되고 반대로 낮을 경우 인상 기대가 높아지게 된다. 현재 기준금리(3.25%)는 명목 중립금리의 중간값인 2.55%보다 0.7%포인트 낮다.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를 하게 되면 중립금리 하방 압력 요인이 돼 한은이 추가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보고서를 작성한 도경탁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분석팀 과장은 5월 열린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이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한국의 중립금리 수준을 연구해 공개적으로 발표한 첫 사례다.
도 과장은 "추정치는 모형에 따라 1~2%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며 "개별 추정치의 신뢰구간도 넓기 때문에 통화정책 기조 판단에 있어서는 중립금리뿐 아니라 금융상황, 유휴생산능력, 기조적 물가 등 다른 관련 지표를 종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