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충격 등 대외 요인이 일시에 반영되며 불안한 흐름을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등 민감한 정책 변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중 한때 1455원까지 상승했다. 설 연휴 직전 1430~1440원대로 하락한 환율이 다시 반등세를 나타낸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증시 변동성 확대에 따른 파급 영향과 외환시장 동향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이날 외환시장은 세 가지 악재가 동시에 작용해 변동성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동결이 달러화 상승을 부추겼고 원화 약세의 재료로 작용했다. 중국 딥시크발(發) 충격도 외환시장에 타격을 가했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미국뿐 아니라 국내 증시에서도 투자자 이탈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환율이 약세를 나타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도 환율 상승의 매개체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허인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연준의 금리 동결 등으로 달러화 강세 현상이 이어졌고 딥시크 충격이 크게 작용했다”며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에서 반도체 비중이 30%가 넘기 때문에 외국인 이탈이 곧 외환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딥시크 악재로 외국인 투자 위축 현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두드러진 미국 달러화 강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원화 강세의 재료가 눈에 띄지 않는 만큼 환율의 상방 압력은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오를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평가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달러인덱스(DXY)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지만 달러화의 강세를 제한할 요인도 발견된다”며 “중국의 경기 부양책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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