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ST)이 부동산 미분양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의 싱크탱크 해시드오픈리서치(이하 HOR)는 29일 ‘부동산 토큰증권을 통한 공유경제 구현과 부동산 소유의 대중화’ 보고서를 발간했다. HOR은 현재 법·제도적인 이유로 활성화하지 못한 토큰증권 시장이 열리면 국내 부동산 시장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토큰증권은 블록체인상의 토큰 보유 비율에 따라 건물, 땅 등 부동산 소유권 지분을 일부 보장 받는 증권형 상품이다. 부동산 간접투자 방식인 부동산투자신탁(리츠), 펀드와 달리 투자자가 직접 부동산을 선택할 수 있고 거래소 등 유통 플랫폼에서의 중도 환매도 자유롭다.
HOR은 미분양 주택 급증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큰증권을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처럼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R리츠는 건설사 등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미분양 매물을 매입해 일정 기간 임대로 운영하고 나중에 매각·분양해 시세 차익을 얻는 상품이다. CR리츠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당시 미분양 주택 2163세대를 매입·운영해 기업의 유동성 위기 해결에 이바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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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은 접근성이 낮은 CR리츠와 달리 거래 내역이 모두 블록체인에 공개되고 소액으로 투자·환매할 수 있다. 따라서 CR리츠보다 빠르게 부동산 유동성을 늘리고 금융시장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다. HOR은 지난 8월 기준 5만 호 이상에 달하는 지방 지역의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분양 주택당 하나의 토큰증권을 발행해 주택을 매입·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미국에선 토큰증권 플랫폼 ‘리얼티’가 저평가된 주거용 부동산을 토큰증권으로 발행해 수익을 냈다.
김용범 HOR 대표이사는 “토큰증권은 투자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부동산 등 비유동 자산에 대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에선 관련 제도 정비를 통해 토큰증권의 순기능이 부동산 시장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한국도 토큰증권 관련 제도가 완비되면 부동산 투자 수요가 확대돼 다양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토큰증권은 미국과 일본에서 상업용 오피스나 물류센터, 소형 단독주택, 숙박 시설 등 다양한 유형으로 발행돼 연간 수천억 원 이상의 투자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딜로이트는 글로벌 부동산 토큰증권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까지 1조 달러(약 1388조 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 2020년 일본보다 빠르게 부동산 토큰증권을 출시했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예외적으로만 사업이 가능하다. 카사코리아와 루센트블록, 펀블, 비브릭 등 한국 사업자들이 지난해 발행한 부동산 토큰증권 규모는 225억 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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