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주식 펀드매니저를 시작한 초기 투자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 과거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1992년 영국 파운드화를 투매해 단숨에 10억 달러를 번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다)를 운용하던 스탠리 드라켄밀러라는 헤지펀드 매니저이다. 그는 “자신의 예측이 맞고 틀리고는 중요하지 않다"며 "예측이 맞았을 때 얼마나 큰 수익을 내고, 틀렸을 때 얼마나 적은 손실을 보느냐 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내가 30년 가까이 국내 주식 운용업에서 일해 오면서 봐온 성공한 투자자들 중에서 유연한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들은 “거 봐, 내 말이 맞잖아”라는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면, 1920~1930년대 최고의 경제학자로서 쌍벽을 이루던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어빙 피셔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들은 최고의 학자이면서도 투자에 매우 적극적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인생의 결말은 서로 너무나 상반됐다. 케인스는 여러 번의 위기를 극복하고 말년까지 부자로 살았지만 피셔는 자기 돈을 모두 잃은 것은 물론 일가친척들의 재산까지 탕진한 뒤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이들의 차이는 단 한 가지, 유연성이었다. 케인스와는 달리 피셔는 1929년 대공황을 맞이하면서도 “미국 주식시장은 앞으로 꺼지지 않는 영원한 고점에 도달했다”면서 미국 경제의 장기 전망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급락하는 주식들을 계속 추가 매수했다. 당시 미국 다우 지수는 고점 대비 약 89%까지 폭락했으니 결과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유연한 대응을 하는 데는 큰 문제가 하나 있다. 이는 사실상 타고난 능력이기 때문에 노력한다고 길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공부를 해서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할 수도 있겠지만 그조차도 다분히 선천적인 능력의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하면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결국 실수할 확률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필자는 큰 낭패를 보지 않기 위해 두 가지를 반드시 지키라고 권하고 싶다. 이미 많이 오른 주식을 사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본의 아닌 장기 투자에 들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수십 배 오른 주식을 5년에서 10년 정도 보고 장기 투자에 돌입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아무리 잘 알려진 주식이라도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거의 깜깜이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주변에서 들리는 확신에 찬 얘기들이 상황이 조금만 바뀌어도 온데간데 없어지는 경험을 수없이 하게 되는 이유이다.
지금 당장 좋아 보이는 주식을 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워런 버핏 같은 투자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야 한다. 즉, 안전해 보이는 주식으로도 분산하라는 뜻이다.
여담이지만 과거 언론 기사를 검색하다 보면 새삼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서울 시내 지역별 아파트 가격을 한번 찾아들 보시라. 우리가 미래를 얼마나 잘 못 보는지 절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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