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4일 정부가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을 발표한 지 약 7개월 만에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다. 거래소는 시장 대표성,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 평가, 자본 효율성 등을 두루 살피며 상장사 100곳을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으로 엄선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아울러 밸류업 지수를 기초로 한 선물과 상장지수펀드(ETF)도 곧 시장에 내놓아 국내 증시에 고질적인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상장기업 저평가 현상)’를 해소하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실제 다수의 자산 운용사들은 올 11월을 목표로 관련 상품들을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상품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밸류업 지수 발표에 대해 아쉽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기존의 국내 대표지수와 비교해 특별히 다른 점이 크게 없다는 평도 있고 시장에서 예상했던 방법론과 괴리가 크다는 목소리도 들려 온다. 배당 성향과 수익률이 제시되지 않은 점과 기업가치 평가 정상화 독려 차원에서 중요 지표로 여겨지던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에서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 여력이 큰 저평가 기업들이 배제된 점이 아쉽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밸류업 지수 편입 기준에는 시장에서 그동안 고민했던 요소들이 대부분 반영이 됐다고 생각한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 엇갈린 평가는 앞으로 거래소가 지수를 운용하면서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문제다. PBR, 자기자본이익율(ROE), 주주환원 등의 적용 수준은 금번 지수 내 포함된 기업들과 앞으로 포함될 수 있는 기업들의 향후 상대적 성과 수준에 의해 계속 변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상대적으로 더 나은 기업은 지수 편입 유지에 성공하고 열위한 기업은 편출되고 그 자리에는 또 다른 우수한 기업들이 들어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단계에서는 기업들로부터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에 대한 의지를 이끌어 내고 투자자들에게 해당 지수에 대한 투자 욕구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더 주력해야 한다. 밸류업 지수 흥행 여부는 결국 기업과 투자자들의 참여도에 달렸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가 지난 7월 언급한 주주환원촉진 세제 시행 방안과 같이 기업의 밸류업 참여를 독려할 수 있도록 관련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ESG평가에서도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기업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기업평가 방식에서 밸류업 지수가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연기금 등 대표 기관투자가들이 밸류업 지수를 벤치마크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반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모부동산집합투자기구에 대한 조세특례법 적용처럼 밸류업 지수 펀드에도 9.9% 분리과세 혜택을 부여하거나 전용 투자 계좌를 지정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ETF와 달리 기초 지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모펀드를 적극 활용한다면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기업은 물론 향후 편입이 유망한 기업들까지 선제적으로 투자해 더 나은 투자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만큼 공모펀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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