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공식 시사했다. 현 수준의 인플레이션 하락과 고용 수준 유지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강력한 긴축 정책 이후 금리 인하 시기를 구체적으로 못 박은 것은 처음이다. 주식·채권 값이 급등하는 등 시장은 일제히 환호했다.
연준은 7월 31일(현지 시간)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발표한 정책결정문에서 5.25~5.5%이던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여덟 차례 연속 동결이다.
파월 의장은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제지표가 조건에 부합한다면) 이르면 9월 회의에서 통화정책 완화를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가능 시점을 월 단위로 특정해 언급한 것은 2년여 만에 처음이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해 △인플레이션 둔화 유지 또는 강화 △경제성장세 유지 △노동시장 완화 추세 지속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목표치인 2%까지 지속 가능하게 둔화한다는 확신을 더 갖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으며 고용시장에 대해서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정책금리의 제약을 완화하기 시작할 만한 여력(afford to)이 갖춰졌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이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나스닥종합지수가 2.64% 오르는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 모두 상승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각각 0.24%, 1.58% 올랐다. 미국 국채도 매수세가 커졌다. 미국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0.3bp(bp=0.01%포인트) 하락한 4.29%, 10년물 금리는 10.4bp 내린 4.058%를 기록했다.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익률이다. 국내 국고채 금리도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일 전날보다 2.8bp 하락한 2.976%에 거래를 마쳤으며 10년물 금리 역시 연 3.010%로 5.4bp 내렸다. 채권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정부는 연준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높은 경계심을 갖고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주요국 금리 인하 시기와 폭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관계기관과의 공조하에 높은 경계심을 갖고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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