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경제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강경한 행보로 전 세계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동맹국들의 기대와 달리 관세 발표 전 사전 협상은 없다고 선을 긋는가 하면 참모진에는 보다 공격적인 관세정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상호관세와 관련해 더 이상 미룰 계획이 없고 상대국이 우리에게 엄청난 가치를 제공할 의향이 있을 경우에만 협상을 고려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협상의 여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각국이 추후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고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에 대한 사전 협상이나 부과 예외 가능성도 차단했다. 그는 전날 사전 협상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아니다. 아마도 그 뒤에”라며 ‘선(先)부과 후(後)협상’ 방침을 밝혔다. 최근까지 유럽과 영국 등 주요 동맹국들이 사전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유예받거나 감면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과는 반대 기조다.
실제로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이달 25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과 만나 협상을 벌였지만 미국 측이 관세 부과 의지를 굽히지 않음에 따라 빈손으로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4일만 하더라도 “많은 국가에 감면(break)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이틀 뒤 “모든 국가에 부과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강도 높은 상호관세를 주문하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고위 참모진에게 상호관세를 강화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에 따라 참모들은 상호관세 발표 때 부과할 수입품의 범위에 대해 숙고하고 있으며 모든 품목에 부과하는 보편관세 아이디어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외신들은 트럼프의 이 같은 주문의 결과가 이른바 ‘더티(dirty) 15’ 국가에 집중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앞서 미국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를 ‘더티 15’로 칭했는데, 여기에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큰 흑자를 보고 있는 한국과 일본·독일·멕시코·캐나다 등이 포함될 공산이 크다.
시장에서는 이런 고강도 관세가 미국 경제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시간대의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2022년 9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2.8% 상승해 1월(2.7%)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관세가 미국에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28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97% 하락했다. 이달 10일(-2.7%)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로 큰 일일 낙폭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나는 시장을 보지 않는다”며 관세정책이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를 호황으로 이끌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상호관세 발표일을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불러왔다. 그는 이날 방영된 NBC 인터뷰에서도 자동차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 우려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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