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종사자들의 또 다른 수장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선거가 22일부터 사흘간 치러진다. 후보들은 일제히 주 4일제 도입과 영업시간 단축을 첫 번째 공약으로 꼽으며 ‘노동시간 단축’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뜻을 밝혔다. 이 밖에도 임금피크제 폐지와 정년 연장,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저지 등 공약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향후 금융 노사 관계에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오는 22~24일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1개 조)을 선출하는 ‘임원 보궐선거’를 전자투표로 진행한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로 당선된 박홍배 전 위원장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한 선거다.
이번 선거에는 기호 1번 김형선·진창근·김재범(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후보조와 기호 2번 윤석구·신동신·김명수 후보조가 출마했다. 김 후보는 현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이자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으며 IBK기업은행지부 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윤 후보는 KEB하나은행지부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두 후보는 모두 ‘노동시간 단축’을 첫 번째 공약으로 꼽았다. 김 후보조는 주 4.5일 근무제를 먼저 도입한 이후 금요일 휴일화를 통해 주 4일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전 영업 시작시간도 9시30분으로 30분 단축한다. 윤 후보조는 당장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영업 시간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폐지, 여당의 총선 참패로 백지화 위기에 놓인 ‘산은의 부산 이전 저지’도 두 후보의 공통 공약이다.
이 밖에 김 후보조는 △소비자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 쟁취 △청년채용을 통한 인력확충 △과당경쟁 근절 및 금융노동자 보호 등 10대 비전을 제시했으며, 윤 후보조는 △노동인권 보장 및 차별 철폐 △대정부 산별투쟁 강화 △정당한 보상과 일과 삶의 균형 등 6대 분야를 핵심 공약으로 내놨다.
차기 금융노조가 강경 일색의 공약을 앞세우면서 향후 노사 관계도 불협화음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22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계 요구 상당 부분을 총선 공약으로 반영하면서 노동계 입김은 더욱 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양대 노총 출신 당선자는 기존 금융노조 위원장인 박 전 위원장을 비롯해 15명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그룹이 임원 주 6일제를 실시하는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강경 투쟁을 벌일 경우 은행권에 대한 여론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에도 ‘이자장사’ 비판을 받고 있었던 탓에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김 후보는 기존 집행부에서 박 전 위원장과 함께 강경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또한 대구 이전설이 나오는 기업은행 소속이라는 점에서 본점 이전이 거론되는 국책은행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지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후보조의 경우 국민·우리·하나은행 등 국책은행에 비해 노조원 수가 월등히 많은 시중은행 출신들로 구성돼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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