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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이후 수익률 24%”…고유가에 ‘이것’ ETF 뜬다

■석탄 수요 증가로 배출권 시장 들썩

중동 리스크에 美 원유 재고 감소

국제유가 치솟으며 배출권값 반등

'KODEX 유럽탄소배출권' ETF 상승

EU, 적용 확대 등 탈탄소정책 강화

수요 늘어 가격 오름세 지속 전망


탄소배출권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한 영향이다. 통상 유가·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연쇄적으로 대체재인 석탄 수요 증가, 탄소배출권 수요 증가로 이어져 관련 ETF 수익률도 개선된다.

투자 전문가들은 중동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유가의 상방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 증시 변동성을 헤지(위험분산)하는 수단으로 탄소배출권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의 ‘SOL 유럽탄소배출권S&P(H) ETF’는 3월 이후 24.0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 ETF’ 역시 23.54%의 수익률을 거뒀다.

특히 이 ETF는 3월 중순 이후 한 달간 18.29%의 성과를 올려 전체 ETF 중 수익률 3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유럽뿐 아니라 글로벌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 ETF’와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 ETF’의 수익률도 각각 12.05%, 11.27%에 달했다.

탄소배출권은 각국의 기업들이 개별로 할당받은 탄소배출 가능 총량이다. 탄소배출권이 부족하거나 남는 기업은 각국의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이를 거래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다. 올 2월까지만 해도 탄소배출권 ETF들은 적게는 16%에서 많게는 27%의 손실을 기록했다. 2월 말에는 국내 상장된 탄소배출권 ETF 4개가 나란히 52주 신저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겨울의 온도가 역대급으로 높아 화석연료 사용이 감소해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추락한 영향이다.



탄소배출권 ETF의 수익률이 에너지 수요가 상대적으로 낮은 봄부터 솟구치기 시작한 것은 최근 지정학적 우려가 심화되면서부터다. 특히 고공 행진 중인 국제유가와 연관이 깊다. 통상 탄소배출권의 가격은 유가와 천연가스 등 다른 원자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유가가 높아질수록 대체재인 석탄의 수요가 늘어 탄소배출권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는 탓이다.



실제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한 2월 말 이후로 유가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월 말까지만 해도 배럴당 75달러 수준에 그쳤으나 3월 들어 80달러 선을 넘어섰고 이달 5일 기준으로는 86.91달러까지 급등했다. 같은 기간 유럽의 12월물 탄소배출권의 선물 가격 또한 톤당 52유로에서 급등하기 시작해 이달 16일에는 톤당 74.25유로으로 솟구쳤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지정학적 우려가 유가의 상방 압력을 자극하는 양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탄소배출권 투자가 국내외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리스크를 헤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유가 상승세를 주도 중인 이란과 이스라엘간 무력 충돌이 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하더라도 수급 등을 고려하면 유가가 상승할 여지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의 원유 재고 수준은 최근 5년 평균을 소폭 하회하고 있다”며 “단기적 원유 생산 능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높아지는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5~8월)을 앞두고 재고 소진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불안 요인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우 연구원은 “단기간 내 생산 가능한 잠재적 원유 재고를 나타내는 미완결유정 재고도 반등하지 않고 있는데, 이 역시 단기간 내 미국 원유 생산량 확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탄소배출권 적용 업종이 확대되고 유럽연합(EU)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높게 설정한 점도 추후 탄소배출권 가격의 상승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실제 올해부터 해운업이 유럽의 탄소배출권 제도 안으로 편입됐고 운송·난방 부문의 편입도 예고된 상태다. 아울러 유럽이 미국보다 이른 시점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탄소배출권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 통상 기준금리가 낮아질수록 기업 활동이 활발해져 탄소배출권 수요가 함께 증가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올 1월 EU가 발표한 기후목표 권고안 초안은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90%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며 “타이트한 공급과 수요 증가의 방향성이 명확하기 때문에 경기침체 지속, 온난화 등의 변수에도 장기적으로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에 대한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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